감사원이 지적한 한국통신의 경영실태는 지극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국회의원의 요청에 따라 제출된 감사원 감사자료에 따르면 한국통신은 지난 94년이래 사업다각화 실패와 인건비 초과지출 등으로 무려 1조4,000억원을 낭비한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경영진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경영을 행정기관의 예산집행 관점으로 평가하는 게 부당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그러나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국내외에 투자했던 10여개 사업 중 절반 이상이 실패했다는 것은 외부환경을 감안하더라도 전략부재의 방만한 경영의 결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실패한 경영에 대한 반성과 책임이 뒤따르는 것이 순리인데, 한국통신이나 주주인 정부가 과연 그 정도로 뼈아픈 자성과 구조조정을 했는지 의문이다.
이런 경영을 하는 한국통신이 IMF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를 부르짖던 정부의 정책방향과는 동떨어지게 인건비를 15%이상 올려주고, 또 이를 토대로 퇴직금 산정기준을 만들어서 5,000억원의 퇴직금인상요인을 만들었다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동이다. 주인없는 정부기업안에서 종업원들이 적당히 나눠먹는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고 있다.
한국통신은 한국전력 및 포항제철과 함께 우리 산업을 이끄는 거대한 공기업으로 4만7,000명의 종업원과 연간매출액 10조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통신은 외형적인 규모로 설명할 수 없는 중요성을 갖고 있다. 21세기는 정보화 사회로서 정보통신산업의 수준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해 가는 추세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통신은 정보통신업계의 선도기업 자리에 있다.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의 양도 엄청나지만 관련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방대하다. 특히 정부정책의 하나인 벤처기업육성을 위해서도 한국통신의 방만한 경영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감사원의 또다른 지적사항이지만 한국통신이 전화가입자에게 금리적용을 탄력성있게 하지 않음으로써 손해를 입힌 점은 올바른 서비스태도가 아니며 국민의 불신만 가중시키는 일이다.
더구나 한국통신은 앞으로 민영화의 길을 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통신은 관료적 체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번 감사원이 지적한 방만한 운영 상태로는 이 작업을 무리없이 추진해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정부역시 한통을 지배대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기업으로서의 비전과 전략을 갖고 짜임새있는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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