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과 불이 공존하는 무대에서 주인공은 운명과 정면 대립한다. 리투아니아에서 온 메노포르타스 극단의 '햄릿'이 동구의 격정으로, 한국 관객에게 전율을 선사한다.유럽에서 '인류 최고의 햄릿'이라고 극찬받는 문제작이다.
원작을 포스트모던적으로 해체하는 것도, 정통이라는 이름 아래 만연체로 끌고 나가는 것도 아니다. 완전 몰입된 배우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와 바로크식 오브제가 하나 돼 빚어내는 무대는 지금껏 해 오던 안이한 관극을 거부한다.
무려 3시간 50분이라는 상연 시간은 원작에 충실하겠다는 극단의 의지다.언어 드라마보다는 대사가 유발하는 이미지에 극적 상상력을 투여한다.
영미 정통극이 갖는 귀족적 이미지를 발트해의 원시성과 야만성으로 교란시킨다. 얼음 기둥이 서 있는 무대에서, 가구가 타고 비가 내린다.
불과 물의 극한적 대립이다. 그들만의 독특한 시각 효과를 위해 조명은 일체 현지에서 공수된다.
자국어인 리투아니아어 연기에, 한글 자막 처리. 30~10월 2일까지 문예회관대극장. 30일, 10월 2일 오후 7시, 10월 1일 오후 3시. (02)764-8760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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