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취재차 도쿄에 간 적이 있었다. 한국대사관은 지하철역에서 꽤 떨어져 있어 택시를 탔다. 내리면서 미터기에 표시된 요금을 내니 영수증과 함께 얼마를 되돌려줬다.운전사는 “내가 잠깐 실수를 해 조금 돌와왔다”며 그 차액이라고 설명하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영수증에는 본래 금액이 찍혀있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변상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국 근무 3년째인 미군 상병 데릭 새터필드씨의 서울 5시간 나들이 기사(본보 18일자 27면)를 보면서 문득 이같은 ‘도쿄 체험’이 생각났다. 그는 “한국 생활의 철칙 중 하나는 택시를 타지 않는 것 입니다.
바가지 요금, 돌아가기 등을 하도 많이 당해서…” 라고 말했다. 택시 횡포 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관계당국은 입만 열면 이의 근절을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실상은 이런 것이어서 ‘불치병’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든다. 관광불편신고센터 신서경 대리의 말처럼 이같은 문제는 수십년간 똑같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고유가 시대에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행수지를 개선하는 일이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고, 우리 국민들은 해외에서 적게 쓰자는 것이다.
여행수지는 지난해 1~7월 13억1,000만달러 흑자였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1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올들어 7월까지 국내에 들어온 여행객에게서 발생한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우리 국민들이 해외에서 쓴 돈은 54.9% 증가했다는 것이다.
■관광산업의 중요성은 새삼 말할 나위도 없다. 세계 각국이 외국인 관광객을 한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묘책들을 짜내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그 반대로 나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어 해외로 나간다는 사람들에게 경상수지 적자 운운하면서 자제를 요청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내년은 한국 방문의 해이고, 그 다음 해에는 월드컵 축구대회가 열린다. ‘관광 진흥’을 위한 국가적 전략이 시급한 때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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