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감각적이고, 웃기지 않는 연극은 이제 장사가 안 된다?'대학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런 위기의식은 정당한가. 이 질문에 답해 줄 연극이 기다린다.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생의 정점을 넘어 선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숙제다.
극단 천지인의 '아름다운 거리(距離)'는 황혼을 바라보는 세 남녀간의 묘한 관계를 통해 인간 관계를 되돌아 보게 하는 작품이다.
50대 동갑내기인 막역한 친구 안광남과 민두상. 둘은 사업에도, 결혼에도 실패했다. 티격태격하지만 속으로는 서로에게 깊은 연민을 느낀다.
안광남이 친구만 챙기는 바람에 그와 헤어진 처 고이랑과 벌여가는 삶의 풍경들이다. 생계를 위해 택시를 몰던 안광남이 8,000만원이 든 돈가방을 줍게 되지만, 이들 세사람은 경찰서에 돌려준다.
무대에서 의기투합한 사람들은 연극판에서, 어쩌면 극중 인물보다 더 끈끈한 인연을 맺고 있다.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불 좀 꺼 주세요' 등 긴밀한 연극 동지로서 장기 흥행작을 만들었던 이만희(작가)-강영걸(연출) 버디의 이심전심은 유명하다. 광남역의 최종원(52)은 TV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현재 연극 배우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100여편의 무대를 제공한 연극판은 그의 영원한 고향이다.
두상역의 정진각(50)은 '아프리카' '춘풍의 처' 등 극단 목화의 대표작에서 얼굴을 도맡았던 골수 연극배우다.
이랑역의 연운경(48)은 '나이트 마더' '신의 아그네스' 등 화제작에서 열연했던 배우다. 순수한 여인에서 악녀까지 천연덕스레 드나드는 그는 또 어떤 여인의 인간미를 펼칠까.
95년 두 달 동안 대학로극장에서 유영환ㆍ김주승ㆍ성병숙 트리오로 초연됐던 작품이다. 당시 중년 관객들을 불러들였던 이 작품은 올 가을, 극중 인물의 나이와 맞게 한층 중후해진 트리오로 재무장해 연극의 깊은 맛으로 초대하고 있다.
10월 29일까지 제일화재 세실극장. 화~목 오후 7시 30분, 금~토 오후 4시 7시 30분, 일 오후 4시. (02)3443-1010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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