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항공기가 17일 유엔의 비행금지 제재가 내려져 있는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착륙, 쿠웨이트와의 국경 유전논쟁으로 긴장을 조성 중인 이라크에 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이날 바그다드 공항에는 러시아의 른골트 베케르 스트로이트란스가즈사 사장이 이끄는 11명의 석유 관계자가 모스크바에서 직항으로 도착했다. 1991년 걸프전 이후 유엔 제재위원회는 ‘인도주의적 비행’에 한해 이라크 착륙을 승인해왔다.
그러나 이날 도착한 러시아 관계자들은 이라크 석유 부처와의 협력을 논의한다는 ‘상업 목적’을 띠고 있어 유엔의 제재를 무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걸프전 이후 유엔이 내린 조치로 쿠웨이트에 편입된 국경지역 유전에 대해 최근 새삼스런 시비를 걸었던 이라크로서는 이번 러시아 항공기 착륙으로 ‘원유수출 금지’와 ‘영공봉쇄’라는 두 가지 핵심 제재조치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국제무대에 다시 쟁점화하는데 성공했다.
른골트 베케르 사장은 바그다드 도착 직후 이라크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여행은 이라크에 불법적으로 가해진 비행금지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명백히 밝혔다.
그가 언급한 비행금지 조치의 ‘불법성’은 근거가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그동안 이라크를 지지해온 러시아와 프랑스에 따르면 비행금지 조치는 사실상 유엔의 광범위한 대 이라크 무역 금지 조치 속에 구체적인 문안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때문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는 근거도 없는 비행금지가 미국과 영국의 강경론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미국을 다시 몰아 세울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은 여러가지로 이라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4일에도 최대 항공사인 국영 아에로플로트가 내달중으로 바그다드에 사무실을 열고 취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요르단도 자국 경제를 위해 이라크과의 민항기 운항 재개의지를 밝히고 있다.
국제 유가 폭등으로 미국이 이라크, 리비아의 석유 산업을 묶어 놓은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것도 이라크로서는 이로운 상황이다.
미국측에서는 이라크가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맞춰 사우디 아라비아의 영공을 침범하고, 다음주 제네바에서 열리는 이라크의 과거 침공 피해에 대한쿠웨이트 정유회사 보상금 논의를 위한 회의에 앞서 쿠웨이트를 ‘석유 절도범’으로 몰아붙인 이라크의 연속 공격에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다.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언제든 군사력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 기간과 맞물려 호기를 잡은 이라크는 하늘과 땅에 걸친 자국의 족쇄를 풀려는 ‘도발적 행위’를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대한 반대 여론에 힘입어 자국에 가해진 족쇄를 풀려고 하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행보에는
러시아측은 이에 앞서 14일 최대 항공사 아에로플로트가 내달부터 바그다드 공항에 민항기를 재개할 계획임을 밝혔고 요르단도 민항기 운항재개 계획을 밝히고 있어 유엔의 무역금지 해제를 노리는 이라크에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이윤정 기자
y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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