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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방 '10년 아성'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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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방 '10년 아성' 무너지나

입력
2000.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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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독과점’은 없다? 한국바둑을 과두 통치해 온 ‘4인방’(이창호ㆍ조훈현ㆍ유창혁ㆍ서봉수) 체제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돌고 있다. 난공불락으로만 여겨졌던 10년 철옹성에 확연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올들어 조훈현 9단이 ‘반상의 철녀’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해 국수위를 빼앗겼을 때만 해도 체제의 위기를 거론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다르다. 4인방 시대의 본격적인 몰락을 예고하는 불길한 조짐이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먼저 제5기 박카스배 천원전. 초반부터 난전을 거듭하더니 4인방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반 탈락하는 대파란이 연출됐다. 5년 연속 우승을 노리던 ‘돌부처’ 이창호 9단은 8강전에서 20대 신예강호 유재형 4단에게 맥없이 무릎을 꿇었고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은 8강전에서 라이벌 서봉수 9단에게 져 탈락했다.

4강에 오른 서9단은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을 꺾고 올라온 ‘불패소년’ 이세돌 3단을 만나 연타를 당한 끝에 우승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천원전의 패권은 루이나이웨이9단대 유재형 4단간 준결승 대국(29일) 승자와 생애 처음으로 타이틀 쟁취를 노리는 이3단의 대결로 좁혀졌다.

상금 규모면에서 국내 최대기전으로 꼽히는 제5기 LG정유배에서도 4인방은 맥을 못 췄다. 지난 해 LG정유배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당당히 무관 탈출에 성공한 ‘야전 사령관’ 서봉수 9단은 본선1회전(16강전)에서 ‘반상의 괴동’ 목진석 5단에게 패해 1년 만에 다시 무관 신세로 전락했다.

이창호9단은 무난히 준결승까지 올랐으나 숙적 루이나이웨이 9단을 만나 또 다시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이9단은 8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벌어진 본선13국(준결승)에서 평소 그답지 않게 중반 이후 실착에 실착을 연발하며 236수 만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이로써 이 9단은 루이에게 역대 전적 1승4패로 절대적 열세에 빠지며 기대했던 ‘루이 콤플렉스’ 탈출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한편 조훈현 9단은 예선에서 이세돌 3단에게, 유창혁 9단은 2회전(8강전)에서 ‘차세대 선두주자’ 최명훈 7단에게 각각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이에 앞서 농심 신라면배 한국대표 선발전에서도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농심신라면배는 한ㆍ중ㆍ일 3개국에서 각 5명의 최정예 기사가 출전, 연승전 방식으로 자웅을 가리는 국가대항전. 국내 선발전은 다른 기전과 달리 시드가 전혀 없이 모든 기사가 출전한 가운데 5명의 대표 중 4명을 토너먼트를 통해 뽑고 나머지 1명은 주최측에서 와일드카드로 지정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정상4인방이 모두 국내선발전에 출격했는데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이 줄줄이 탈락하는 바람에 전력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 것. 막판에 이창호 9단이 윤성현 7단을 꺾으며 티켓을 확보해 최명훈7단, 최철한3단, 목진석5단에 이어 간신히 대표선수단에 동참하게 됐지만 세계 최강의 화려한 진용으로 매번 이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은 이번엔 본의 아니게 새로운 얼굴들로 판을 짜게 됐다.

올들어 9월 현재 성적표를 들여다 봐도 4인방의 기력이 예년만 못함을 알 수 있다. 이창호가 36승7패(83.72%)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정도다. 반면 조훈현(23승18패ㆍ56.1%), 유창혁(28승21패ㆍ57.14%), 서봉수(21승13패ㆍ61.76%) 등 나머지 3명은 승률이 반타작을 겨우 넘는 수준으로 하락세가 완연하다.

특히 두뇌 회전이 빠르고 패기만만한 신예들과의 싸움에서 승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전망 역시 상당히 부정적이다.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4인방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이세돌 3단에게 조훈현유창혁은 각각 2연패와 3연패를, 서9단은 2승2패를 기록 중이다.

한국 기원관계자는 “유창혁은 슬럼프가 잦은데다 기복이 심하고 50을 눈 앞에 둔 조ㆍ서(조훈현· 서봉수)는 노쇠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며 “목진석, 이세돌, 최철한 등 이미 정상 궤도에 오른 신예 강호들이 꾸준히 성적만 내준다면 4인방 체제의 붕괴는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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