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학능력시험을 한달 반 정도 앞두고 명문대생들 사이에 수능 대리시험 응시자를 구하는 e-메일이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이들 e-메일은 대리시험자의 자격요건과 ‘필요한’ 인상착의에 수백만원의 대가까지 제시, 수능시험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를 국가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로 간주,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최근 S대생 손모(20)씨는 e-메일을 통해 수능 대리시험 아르바이트 제의를 받았다. e-메일은 ‘딱 하루 일해서 200만원을 벌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생만 가능하다. 약간 마르고 안경을 쓰고 눈썹이 연한 사람이어야 한다. 해 볼 마음이 있으면 연락달라’는 내용. 손씨는 “같은 학번 친구들 여럿도 이런 메일을 받았다고 했다”며 “학생주소록 등에서 메일주소를 파악해 e-메일을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 등 일부 대학 신입생 모임이나 대학생 동호회 사이트에도 “대리시험을 봐줄 학생을 구한다”는 익명의 글들이 종종 뜨는 것으로 알려졌다.
Y대생 이모(19)군은 “대리시험 제의자들은 e-메일 답장이 올 경우 신원과 학력 등을 확인한 뒤 응시자와 인상착의가 유사할 경우에 한해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응시자와 대리시험자의 사진합성까지 대행해 주는 전문 브로커까지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이날 대학 및 입시학원 사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실태파악에 나서는 한편, e-메일 발신지 추적을 통해 대리시험 제안자에 대한 신원파악에 착수했다.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예전에는 알음알음 대리시험자를 구했으나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 및 간편성을 이용, 유사한 용모의 대리시험자를 공공연히 구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e-메일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므로 제보가 없는 한 적발과 수사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입시 대리시험은 사실 오래전부터 문제가 돼온 사안으로 1990년대 초 학력고사 대리시험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었고, 지난해에도 지방 C대학에서 대리시험 응시자가 적발돼 합격이 취소됐었다.
현행 수능시험의 경우 각 학교에서 응시자가 제출한 사진을 통해 1차 본인확인을 한 뒤 수능 당일 감독관이 응시표 상의 사진을 2차 확인한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확인절차가 형식에 그치는 데다 사진을 합성할 경우 정확한 본인확인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대리시험자에 대한 형사고발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데다 ‘대리시험이나 부정행위 적발시 시험응시 자격을 2년간 제한한다’는 교육부 규정도 지난해 규제개혁 차원에서 철폐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응시과정에서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대리시험 시도가 발견될 경우 경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한 단속활동을 펴겠다”고 밝혔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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