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비디오 테이프를 언론에 폭로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현재 가장 유력한 혐의자(?)는 후지모리의 전 부인인 수산나 히구치(50·사진) 의원이다.만약 히구치 의원이 폭로한 것이 맞다면 그는 지난 1996년 이혼 후 전 남편에 대해 가장 결정적인 타격을 가하면서 멋진 ‘복수극’을 연출한 셈이 된다.
지난 1974년 결혼, 4명의 자녀를 둔 이들은 후지모리가 지난 1990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잉꼬부부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 1994년 8월 히구치가 갑자기 1995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들의 불화는 표면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평소 성격 차이로 언쟁을 하는 등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소문이 나돌기도 했었다. 후지모리는 당시 부인의 갑작스런 출마발표에 격분, 즉각 히구치의 퍼스트레이디 자격을 박탈하고 별거에 이어 이혼소송을 냈다.
이와함께 후지모리의 지지자들은 국가원수의 가족이 대선이나 의원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반발한 히구치는 “남편이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덮어주고 있다”고 폭로하는 등 사사건건 남편의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지난 1996년 대법원의 이혼확정 판결후 히구치의 공격은 더욱 집요해졌다. 히구치는 1997년 전 남편을 상대로 1990년 대선자금으로 빌려간 120만 달러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낸데 이어 1998년에는 리마 시장선거에 야당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마침내 지난 4월 총선에서 야당인 독립도덕회복전선(IMF)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히구치는 본격적으로 ‘후지모리 저격수’로 활동했다.
그는 후지모리가 지난 달 중고차 수입관세율을 인하하자 중고차 판매상인 동생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폭로도 서슴치 않았다. 페루 국민들은 히구치가 앞으로 ‘폭탄 발언’할 것인지 그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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