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과연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30년전 의사들은 “이제 전염병에 대한 책을 덮어야 할 때“라고 선언했다. 천연두가 사라지면서 바이러스에 대한 승리를 확신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인간은 세균의 위력을 과소평가했다는 뼈저린 교훈을 깨닫고 있다. 세균이라는 미생물과 인간을 비롯한 고등동물간의 힘의 균형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다.
나날이 새 바이러스들이 발견되고 사라졌던 전염병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들이 현재 자체적인 돌연변이는 물론 종(種)을 뛰어넘어 동물에서 사람으로 이동하는 가공할 지속력으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며 새로운 전면전이 시작됐다고 경고한다.
20여년전만 하더라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에이즈 병원균인 HIV는 침팬지에서 사람으로 옮겨와 짧은 기간중 2,000만명의 사망자와 3,000만명의 감염자를 낳는 무서운 파괴력을 보였다. 새에게서 돼지로, 다시 사람으로 이동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는 1918년 미국에서 처음 발생, 지금껏 2,000만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들은 동물로부터 인간으로 전파되는 수많은 바이러스의 일부에 불과하다.새 바이러스는 한달에도 여러개가 발견되고 있다. 네이처지는 이달에도 중앙아프리카 유인원에서 세 가지 허피스균을 발견했다. 지난달 남캘리포니아에서 3명을 급사시킨 아레나 바이러스는 설치류에 의해 옮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로부터 인간으로의 바이러스 전이율은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동물들에게는 보균기간동안 증상을 보이지 않던 세균이 사람에게 치명적인 발병을 가져오는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천연두 홍역 소아마비 등 사라진줄 알았던 전염병마저 다시 세계 곳곳에서 발생해 바이러스들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전문가들은 20세기 후반 폭발적인 항공여행의 증가, 위생수준이 떨어지는 1,000만명 이상 인구의 거대도시 증가 등으로 바이러스의 급속한 전파가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들을 분자 수준 혹은 유전자 수준까지 분석하며 따라잡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틈새를 파고 들며 새로운 형태의 병을 만들어 내는 바이러스들의 위력 앞에 과학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일부 과학자들은 “인류가 존재하기 훨씬 전부터 지구에 존재했던 바이러스들은 인류가 사라진 한참 뒤에도 살아남을 힘을 가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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