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외환보유액은 얼마일까.’1997년 10월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23억달러였으나 해외 기관들이 국내 금융기관의 단기차입금을 모두 회수해가는 바람에 불과 2개월만에 39억4,00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나라 금고가 바닥나 ‘국가 파산 ’ 직전까지 갔다.
외환보유액은 현재 92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나 문제는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단기외채의 비중은 지난해 말 27.9%에서 올 7월 말 현재 33.6%로 늘어난 상태다.
만일 해외기관들이 국내 단기외채(7월 말 478억달러)를 모두 회수하고 국내에 유입된 700억달러의 증시투자자금 중 20% 가량만 일시에 빠져나간다고 가정할 경우 총 6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 감소 요인이 발생한다.
여기에다 국내 자본의 해외 도피까지 가세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97년 말과 같은 사태가 재발될 수 있다는 게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외환보유액을 무조건 늘린다고 능사는 아니다. 우선 외국 금융기관에서 달러를 빌리면 그에 대한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또 시장에서 원화로 달러를 살 수도 있지만 보유 외환의 안정성을 위해 시장금리보다 낮은 미국 재무성채권(TB)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역마진을 감수해야 한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 정부와 한은은 ‘1,000억달러’를 외환보유액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경우 국가신용도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보다 낮은 금리로 해외자금을 차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규기자
■한국은행은 17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15일 현재 916억6,000만달러로 8월말보다 2억3,000만달러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한국은행 외화예탁금 상환과 외화 자산 운용수익 등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소폭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은 올 3월말 836억5,000만달러, 4월말 846억1,000만달러, 5월말 868억2,000만달러로 증가하다 6월말 901억8,000만달러로 900억달러 고지를 돌파한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왔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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