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충격’으로 자금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대우차에 물린 은행들의 추가 부담이 조단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반 기업들에 대한 대출심사가 대폭 강화된 까닭이다.기업들은 원유가격 폭등, 1,120원대를 넘나드는 환율상승에 따른 원자재 구입 비용 증가, 실세금리 상승에 따른 차입금리 인상에다 주식시장 침체까지 겹쳐 거의 ‘사면초가’다.
더구나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올 회사채 규모는 20조원. 반면 투신사들은 연내 만기가 닥칠 하이일드펀드 3조3,000억원, 후순위펀드 9,000억원 등을 상환해 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들의 만기 회사채를 회수해야 할 처지다.
▲ 대출심사 강화하는 은행들
통신기기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7) 사장은 “추석 전에 S은행에 3억원의 운영자금을 신청, 19일께 대출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으나 오늘 갑자기 ‘일정이 다소 연기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은행측은 “포드가 대우차를 7조원선에 인수하는 것으로 보고 이에 맞춰 대손충당금을 쌓았으나 GM이 인수하게 될 경우 가격이 대폭 낮아질 전망이어서 자금 운용 방향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은행 관계자도 “포드의 대우차 포기로 당분간 기업대출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신규대출분은 물론 이미 대출이 이뤄진 사안에 대해서도 재심사해 회수기간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채권전용펀드(프라이머리CBO)에 출자해오던 은행들이 이번 여파로 추가 출자를 꺼릴 조짐이어서 중견기업들의 자금난이 재현될 전망이다.
대한투신 류희대(柳熙大) 채권운용팀장은 “그동안 은행들이 출자한 채권전용펀드가 중견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 사실”이라며 “은행들이 추가 출자를 하지 않을 경우 제2금융권은 다시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기업들 또다시 ‘악몽’ 속에
추석 전 자금난으로 홍역을 치렀던 중견기업들은 겹치는 악재로 또 다시 연쇄부도의 악몽에 빠져들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4~5개 우량그룹의 A급 우량채권 외에 중견그룹의 회사채 거래는 아예 끊긴 상태다.
중소기업들은 더욱 심각하다. 유가폭등으로 원자재 조달비용이 늘어났으나 수출가격에는 제대로 반영할 수 없어 ‘속으로 곪는’ 상황에서 운전자금 대출조차 받기 어려운 상태로 몰리고 있다.
동신플라스틱㈜ 김기태(金基泰) 사장은 “요즘 상황은 ‘장마를 피해 간신히 임시 거처를 마련했는데 화재까지 난 꼴’과 다름없다”라며 “정부가 16일 마련한 자금시장 안정책이 결실을 거두지 못할 경우 조기에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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