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시국인식까지 문제삼는 등 거침없는 불만을 터트렸던 민주당 초·재선의원들의‘반란’ 파문이 일단 봉합되는 양상이다. 예상치 못한 파장에 놀란 당사자들이 “내용이 과장됐다”며 발을 빼기도 했지만 권력누수의 위험성을 간파한 당지도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초·재선모임을 주선한 이재정(李在禎)·정범구(鄭範九)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로 서영훈(徐英勳) 대표를 찾아 “모임에 나온 13명중 한 사람의 의견에 불과했던 특검제 수용과 지도부 사퇴 얘기가 전체의 뜻처럼 보도돼 대단히 유감”이라며 “당이 분열된 것처럼 비쳐져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15일의 모임은 지혜롭지 못했다”며 전날에 비해 강한 톤으로 질책했으나“의원총회를 활성화하겠다”는 말로 수습의 가닥을 잡았다.
이·정 의원은 45분간의 면담후 “우리 모임이 결사체도 아니고 의총(19일)도 소집됐으니 다시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해 18일로 예정됐던 2차 모임도 백지화했음을 밝혔다.
하지만 유감표명과 수용이라는 이날의 모양새에도 불구하고 당내불협화의 불씨까지 없앴다고 보긴 힘들다. 참석 의원들은 청와대와 당지도부의 유무형의압력에 밀려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여전히 “할 얘기는 했다”“공은 당지도부에게로 넘어갔다”는 반응이다.
모임에 참석했던 한 초선의원은 “모임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 형식에 문제가 있긴 했지만 필요한 만남이었다”며“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당민주화 등 논의할 거리가 생기면 계속 만나겠다”고 못박았다. 또 다른 참석자도 “당의 어려움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당지도부가 우리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권력누수만 우려해 ‘조직인의 자세가 아니다’는 등 형식적인 문제에만 집착한 인상”이라고 뒷맛을 남겼다. 이날 면담이 제대로 된 봉합인지는 18일 최고위원회의와 19일 의총에서 보다 분명해 질 것 같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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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세력구도 '반란' 파장
민주당 초·재선들의 ‘반란’은 해프닝성으로 끝났다.
그러나 일단 수면위로 떠오른 이같은 기류가 동교동계를 비롯한 여권내 세력판도에 미칠 영향은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무엇보다 이들의 움직임은 동교동계 등 당내 실세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반란의 주역중에는 한화갑(韓和甲) 이인제(李仁濟)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등과 ‘친한’의원들이 상당수 있었으나 이들 최고위원들과 연계를 가졌을 것이란 시각엔 펄쩍 뛴다. 자신들은 앞으로도 ‘무계보 탈계파’를 지향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번 ‘반란’과정에서 한화갑 최고위원은 물론 동교동계의 다른 축인 권노갑(權魯甲) 최고위원및 김옥두(金玉斗) 사무총장도 백방으로 ‘거사’를 막으려 했으나 먹히지 않았다. 여기에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표면화된 동교동계 내부의 분파및 이탈 기류가 증폭 작용을 일으킬 것이 분명한 상황이어서 세력판도는 더욱 복잡해진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민주당이 동교동계 중심에서 탈피, 어떤 세력구도로 재편될지 예단키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소장파들의 꿈틀거림이 잠재적 폭발력을 갖는 이유는 이들의‘반란’이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전략과 변화욕구 충족은 물론 차기 정권 재창출및 대권구도와도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119명의 민주당 의원중 92명인 초·재선 의원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이합집산을 거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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