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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쿠웨이트와 '油戰' 최종타깃은 美 궁지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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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쿠웨이트와 '油戰' 최종타깃은 美 궁지몰기

입력
2000.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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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걸프전 발발 직전을 연상시키는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국경 유전 분쟁이 국제 유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이라크는 14일 쿠웨이트의 국경지역 루마일라 유전에 대한 채굴 작업에 공식적인 불만을 표출하며 모종의 수단을 동원할 방침이라고 천명했다. 루마일라 유전은 1993년 유엔이 설정한 한계선에 따라 쿠웨이트에 편입됐으며, 지난 5년간 1일 생산량을 90만 배럴로 증가시켜왔다.

그러나 이라크의 최종 타겟은 쿠웨이트가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의 외교 분석가들은 이라크가 11월로 예정된 미 대선을 기회로 삼아 미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고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의 ‘불합리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오래된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고 분석한다.

지난 4일 이라크 전투기가 10여년 만에 사우디 아라비아 영공을 넘나드는 등 유엔이 지정한 ‘비행금지구역’을 수시로 침범한 것도 미국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계산이라는 것이다.

이라크로서는 미국의 석유 증산 압력이 불만스러운 중동 산유국들의 공분을 자국에 대한 ‘동정표’로 모아볼 수 있는 호기인 셈이다.

최근 유가급등 추세는 하루 300만 배럴 생산능력의 주요 산유국 이라크에 유리한 입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라크는 최악의 경우 석유수출 중단 카드를 내미는 ‘벼랑끝 전술’로 유가로 인한 국내 및 세계 경제의 타격을 우려하는 미국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14일 ‘비행금지구역’ 침범에 대한 보복으로 이라크 레이더 시설을 폭격한 미국은 이라크가 향후 쿠르드족 지역이나 쿠웨이트 등 인근 국가의 미·영 공군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이라크가 대량파괴무기 체제를 복구하거나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할 경우 공습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해 걸프전 10주년을 막 지난 이 지역에 다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윤정 기자

y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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