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초·재선 의원 13명은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찬 간담회를 갖고 현 정국에 대한 위기감을 토로하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정(李在禎) 의원(사회) 국회공전에 대해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오늘 모임을 갖게 됐다. 누구를 탓하고 책임을 묻자는 것이 아니라 국회를 살리는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 정범구(鄭範九) 의원 (발제) 사사건건 야당이 발목을 잡아 여당이 일을 못한다는 논리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그러려면 왜 집권했느냐’고 말하는 사람까지 있다. 의약분업만 해도 관료조직은 그동안 뭘 했는지, 당 역시 행정관료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국회파행의 원인은 자민련에 있다. 17석에 불과한 미니 정당에 총리, 장관까지 주고…. 이런 걸 한나라당에 줄 생각은 왜 못하나. 국회법 문제도 체면에 매달릴 필요 없다. 운영위에서 법사위로 되돌려 보내 여야 협의로 다시 처리해야 한다.
정국 타개를 위해 여야 영수회담을 반드시 해야 한다. 한빛은행 부정대출사건도 정공법으로 풀자. 대통령이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고 검찰도 엄정하고 공정한 부서에 사건을 배당해야 한다.
▲ 박인상(朴仁相) 의원 우리가 야당이었다면 한빛은행 사건에 대해 어떻게 했겠느냐. 특검제를 도입해서라도 완벽히 정리해야 할 문제다.
▲ 이호웅(李浩雄) 의원 신문을 보면 대통령이 민심을 잘 파악하고 있다고들 하는데 대통령이 정말 위기 인식을 못하고 있다. 공식기구를 통해 보고를 받는다지만 제도화된 틀에서는 제도화된 생각밖에 안 나온다. 우리 의원들이 대통령과 면담해 살아 있는 민심을 전달해야 한다. 자민련에도 개혁을 따라올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을 요구해야 한다. 시드니 올림픽에 남북이 공동 입장한 것을 놓고도 JP는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이렇게 보수 우익적 시각을 가진 자민련과 어떻게 함께 해나갈 것인가.
▲ 송영길(宋永吉) 의원 의료 보험료를 올리겠다는데 결국 의약분업의 부담을 국민에게 지우겠다는 것 아니냐. 우리 당의 토대가 서민인데 그렇게 올려서는 안된다.
▲ 추미애(秋美愛) 의원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고 상황의 심각성만 얘기해서는 곤란하다. 지도부뿐만 아니라 의원 개개인도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곽치영(郭治榮) 의원 (오늘 모임이) 여당 내부의 불만처럼 비치면 그나마 작은 여당이 더 힘을 잃게 될 것이다. 내부에서는 활발한 토론을 하되 밖으로는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정장선(鄭長善) 의원 국민은 “대통령이 나라가 어려운데 남북문제에만 매달린다”고 얘기한다. 남북문제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내치(內治)에 충실하지 않으면 지지를 받기 힘들다.
▲ 추미애 의원 남북문제는 내치와 관련 없다. 민생에 대한 무능은 자아비판할 일이지만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 부분까지 비판해서는 안된다.
▲ 정장선 의원 잘 한 것은 잘 한 것이지만 이것이 내치로 인해 희석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 문석호(文錫鎬) 의원 추석에 귀향활동을 했더니 의약분업에 불만이 크더라. 특히 농촌지역 노인들의 불편은 상상을 불허한다. 국민을 위한다는 의약분업이 원수같은 제도가 돼가고 있다. ‘남북관계에만 신경쓴다’는 비판이 야당의 논리만은 아니다. 대통령이 통일전망을 밝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치는 무력감이 느껴진다. 농촌지역만 봐도 지난 3년간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이것이 바닥정서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 추미애 의원 바닥정서라 해도 그런 잘못된 인식을 바로 이끄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이데올로기적 편견을 가지고 ‘내치도 못하면서 김정일을 만난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것은 바로 고쳐야 한다.
▲ 장성민(張誠珉) 의원 의원총회 장에 가면서 현안이 뭔지도 모르고 간다. 의총 하루 전이라도 정보를 줘야 의원들의 지혜를 모을 수 있을 것 아닌가.
▲ 김성호(金成鎬) 의원 우리 의원들조차 당 지도부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국회파행, 정국운영에 대한 비전을 묻고 만약 없다면 지도부 인책 및 자진사퇴를 공식 거론할 필요가 있다. 최고위원 회의는 구성된 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현재의 당 지도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 김태홍(金泰弘) 의원 국회 본회의장에서 삭발단식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오늘 모임이 없었다면 맥없이 신문이나 뒤적거리다 주말에 고향에 갔다가 월요일 올라왔을 것이다. 이렇게 허송세월하는 것은 용서가 안된다. 한빛은행 수사가 한 두 사람의 사기극으로 막을 내린 것은 정말 하늘이 웃을 일이다.
▲ 이호웅의원 한빛은행 수사결과는 나 자신도 안 믿는다. 옷로비 사건 경험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이런 인식을 못하고 있다. 그대로 터뜨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개입한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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