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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 신세대 커피 입맛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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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 신세대 커피 입맛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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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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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점이 제일 맘에 드나요?" "밍밍하지 않고 진한 게 매력이죠. 우유를 듬뿍 섞어도, 생크림을 얹어도 커피 원두의 깊은 풍미가 남아 있잖아요. "서울 홍익대 앞 커피전문점 '프라우스타 에스프레소'에서 만난 박선령(29ㆍ여ㆍ회사원)씨는 자칭 '커피 마니아'. 요즘엔 이탈리아 커피 에스프레소(Espresso)에 푹 빠져 있다.

회사 근처라 동료들과 함께 자주 들르는 이 전문점에선 에스프레소 원액에 초콜릿 시럽과 생크림을 넣어 희석시킨 '카페 모카'를 즐겨 찾는다.

물론 느끼한 음식을 먹었을 땐 일반 커피 잔의 절반 크기만한 60㏄짜리 데미타스 잔으로 짙은 흑갈색의 '원조 에스프레소'를 홀짝홀짝 마시기도 한다.

테이크 아웃(Take-out)을 하면 커피 값의 20%를 할인해 주기 때문에 원하는 메뉴를 골라 바로 사무실로 직행하는 경우도 많다.

이 일대에선 점심시간이면 빨대가 달린 투명 에스프레소 컵을 들고 길거리를 오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 에스프레소는 신세대의 기호(記號)

몇해 전만 해도 해외 유학파들이 즐겨 찾는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의 카페에서나 구경할 수 있었던 고급 커피의 대명사 에스프레소가 대중 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거리마다 3,000~4,000원 대에 에스프레소의 짙고 그윽한 향을 맛볼 수 있는 전문점들이 즐비하고, 완제품 캔커피 시장에서도 카페 오레, 카페 라테,카페 모카,카푸치노,카페 아메리카노 등 에스프레소를 토대로 한 신종 커피 메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에스프레소의 다양한 이름들은 예민한 미각을 지닌 신세대들 사이에선 이제 입맛의 동질성을 확인시켜주는 '기호(記號)'로 자리잡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듬뿍 넣어 진국처럼 마시던 '다방커피'의 명맥이 끊긴 뒤 원두커피와 헤이즐넛 커피가 위세를 떨치던 우리의 커피 지형도에 에스프레소가 새롭게 등장, 세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에스프레소, 정확히 말하면 '에스프레소 방식으로 추출한 커피'의 인기는 지난 해 7월 전세계 17개국 3,400곳의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에스프레소 전문프랜차인즈 '스타벅스(Starbucks)'가 국내 1호점(이대점)을 개점하면서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프라우스타 에스프레소'와 '할리스', '로즈버드', '디드릭', '시티오브 에스프레소', '시애틀 베스트 커피(SBC)' 등 굵직굵직한 국내외 브랜드들이 잇따라 프랜차이즈 사업을 개시, 가맹점 확보에 박차를 가하면서 에스프레소의 열기는 한층 고조되고 있다. 머지 않아 수적으로도 기존의 원두커피 전문점들을 압도할 기세다.

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종전의 원두 커피 전문점들이 커피 자체의 품질보다는 인테리어 등의 고급화에 치중한 반면 이들 전문점들은 커피 자체의 맛으로 승부한다.

원두도 최상급인 아라비카종 원두만을 사용하고, 저마다 원두 고유의 향미를 살려내기 위한 독특한 로스팅(Roasting)법을 선보이며 손님을 끌고 있다.

여기에다 자유롭고 편안한 매장 분위기, 언제든지 포장 구입을 할 수 있도록 한 '테이크 아웃' 시스템, 커피 관련 도구 및 재료의 현장판매 등 마케팅의 다각화로 새로운 커피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홍대점, 압구정점, 삼성점 등 전국 12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프라우스타 에스프레소' 의 김홍식 사장은 "에스프레소식 추출법은 원두의 질이 나쁘거나 잘못 구워지면 원액 추출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원두의 선택과 로스팅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에스프레소는 기호에 따라 우유나 향신료, 시럽 등과 배합해 다양한 맛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신세대의 입맛에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에스프레소는 어떤 커피?

에스프레소는 분쇄기에 간 원두가루를 여과지에 넣고 뜨거운 물로 걸러내는 드립식 추출법과 달리 강한 압력의 수증기로 증류해낸 커피다.

술로 비유해 드립 방식으로 뽑은 것을 양조주라고 한다면, 에스프레소는 증류주라고 할 수 있다. 커피의 위스키인 셈이다.

그만큼 향이 강하고 진하다. 뜨거운 수증기가 커피 분말을 순간적으로 통과하면서 추출해내기 때문에 단순히 뜨거운 물을 부어 내리는 일반 원두커피보다 한층 깊고 진한 맛을 낸다. 그래서 '커피의 심장'이라고도 불린다. 에스프레소는 함께 섞는 부재료에 따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전통 이탈리아 커피인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 원액에 증기로 거품을 낸 우유와 계피향을 더한 것.우유 거품을 뒤집어쓴 모습이 이슬람 종파인 카푸치노 교도들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카페오레는 우유를 넣은 프랑스식 밀크커피로 이탈리아에서는 카페라테라고 부른다.

카페오레에 휘핑크림을 얹고 코코아가루를 뿌리면 하와이언 밀크커피,구기자를 넣으면 중국식 밀크커피,소금과 꿀을 더하면 서인도풍 밀크커피가 된다.

데미타스잔에 나오는 원조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표면에 '크레마(Crema)'로 불리는 밝은 갈색 거품이 부드럽게 얹힌 채로 2,3분간은 지속 되어야 제대로 뽑았다는 표시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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