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과학 조사 포경’ 확대를 두고 미 행정부가 경제제재를 권고하고 나선 데 대해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며 실제로 제재조치가 발동될 경우 에 대비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대항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관방장관은 14일 “국제협정상 정당한 조사활동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는 극히 유감”이라며 “미국이 일방적인 행동을 시정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제포경위원회(IWC) 등에서 과학적 근거에 바탕해 냉정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니 요이치(谷洋一) 농수산성 장관도 이날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대항 조치와 관련, “WTO 제소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조사·연구’ 목적을 앞세운 올해의 고래잡이 계획이 국제포경 유예 협정에 비추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종래 밍크고래에 한정했던 ‘과학 조사 포경’을 올해에는 밍크고래 100마리, 열대고래 50마리, 향유고래 10마리로 확대했다.
새로 덧붙인 2종이 절멸 위기종이라는 미국의 주장을 일본은 정면으로 반박한다. 서태평양에만 향유고래 10만여 마리, 열대고래 2만3,0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어 세계적인 종의 유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고래에 의한 어류 포식의 영향 고래의 무리짓기 행동 고래가 해양오염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기 위한 올해의 ‘과학 조사 포경’은 일본의 고래 연구 수준으로 보아 국제적 신뢰도가 크다는 주장도 덧붙이고 있다.
한편 1974년 이래 미 상무부가 ‘페리 수정법’에 따라 27건의 제재 권고를 했지만 실제 제재조치가 취해진 것은 1993년 대만의 코뿔소뿔과 호랑이뼈 수입에 대해서 뿐이었다는 점도 일본의 강경 자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미국 백악관은 13일 일본이 고래잡이 유예에 관한 국제협정을 위반한데 대한 보복조치로 미국 수역내 일본 어선의 조업을 금지하고 추가 보복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수석보좌관 존 포데스타는 이날 “대통령이 일본 정부에 더이상 미국 수역에서 어로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통보하라고 국무부에 지시했다” 고 말했다.
포데스타 수석 보좌관은 “대통령은 또 상무, 국무, 재무, 내무장관과 무역대표부 대표에 60일내에 무역 제재 등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추가 제재 조치를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일본이 ‘과학적 조사연구’라는 명목 아래 고래를 포획하고 상업포경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본이 올 7월부터 밍크고래외에 미국이 자국법으로 보호종으로 규정한 향유고래와 열대고래를 잡겠다고 밝혀 불만이 더욱 높아졌다.
노먼 미네타 상무장관은 “일본은 고급 음식점과 미식가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과학 연구라는 이름 아래 고래를 사냥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미국은 이미 이달초 일본에 대한 항의표시로 일본에서 열린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와 아시아·태평양 환경회의(ECO_Asia)에 불참했고 일본과의 쌍무 어업협의회를 취소한 바 있다. 또 내년 일본의 국제포경위원회(IWC) 주최에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포데스타 수석보좌관이 “우리는 제재조치를 경솔하게 취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의 항의를 신중히 생각해 행동을 바꾸기를 바라고 있다”고 여운을 남겨 일본이 제재조치 시행 전에 굴복하기를 바라고 있음을 시사했다./워싱턴
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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