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다 인구와 다양한 소수민족을 거느린 중국이 인간 게놈연구의 황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이에따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연구·의료기관들이 장래 막대한 이윤을 보장할 인간 게놈관련 사업에 대비, 중국을 향한 ‘21세기 골드러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버드대 공공의료학부를 비롯, 보스턴 브라이엄 여성병원, 프레드 허치슨 암연구센터, 남가주대 등 많은 미국의 기관들이 이미 중국 주민들로부터 다양한 유전자 샘플을 수집해 놓은 상태다.
중국이 인간 게놈연구의 최적지로 떠오른 이유는 13억이라는 인구외에도 대부분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고립된 형태의 생활방식을 유지해왔기 때문.
변화무쌍한 생활방식에 따라 혼혈화, 핵가족화 돼있는 서구인들에게선 게놈연구의 필수요소인 세대간 유전자계보 파악이 어렵다.
반면 인구유동이 적은 중국인들은 각 지역별로 순수한 혈통을 보존하고 있어 유전자 계보를 파악하는데 더없이 훌륭한 연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주장이다.
더욱이 미비한 의료혜택은 토박이 주민들의 질병 유전자가 의료기술에 의해 ‘훼손되지’않은 채 온전하게 보존돼 온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과학자들은 최근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중국인들의 생활수준이 변화하기전에 될수록 많은 질병유전자 샘플을 수집해놓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무궁무진한 의학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선진 의료기관들의 이기적 발상은 첨예한 윤리적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지식수준이 낮고 순진한 개발도상국 시골 주민들을 의료연구대상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뿌리깊은 인종차별적 심리가 깔려있고 선진국의 인권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적나라하게 반영한다는 비판이다.
더욱이 중국의 낮은 인권의식으로 말미암아 유전자 개인정보가 오용될 가능성이 농후한데다 비위생적인 의료시설은 DNA 채취과정에서 심각한 감염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 하버드 공공의료학부 조교수 출신인 그웬돌린 자흐너는 지난해 이 대학의 중국내 DNA 채취작업의 비윤리성과 법적·위생적 문제들에 대한 보고서를 미국 인간연구보호국에 제출했으며 현재 실사가 진행중이다.
이에대해 하버드대는 자흐너가 극히 제한된 연구에만 참여했으며 그의 보고서는 대부분 부정확한 정보를 담고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하버드대를 비롯한 의료·연구기관들은 중국에서의 DNA 샘플 채취는 미국과 동일한 인권 및 위생적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강변하는 등 중국내 유전자연구에 대한 논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인권문제 논란 역시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당사자인 중국 정부마저 산업적 측면에서 유전자샘플 유출행위를 비난할 뿐 인권보호에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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