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으로 산 복권을 다른 사람이 긁어 거액에 당첨됐다면 당첨금은 누구의 몫일까.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지만 1, 2심 법원의 판단이 엇갈려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거액 복권 당첨, 횡령죄 기소, 1심 유죄, 항소심 무죄.’ 다방에서 여종업원들과 자신의 돈으로 산 즉석복권을 장난으로 긁었다가 거액에 당첨된 신모(41)씨가 겪은 과정이다.
신씨는 지난해 2월 단골로 드나들던 서울 중구 K다방 종업원 김모(36)씨에게 2,000원을 주고 즉석식 월드컵 체육복권 4장을 사오도록 했다.
신씨와 김씨, 또다른 다방종업원 안모씨, 다방 주인 윤모씨 4명이 복권을 1장씩 나눠가졌고 이중 2장의 복권이 1,000원에 당첨됐다.
이들은 곧바로 되바꿔온 복권 4장을 다시 나눠 긁었고 다방주인 윤씨와 종업원 김씨의 복권이 각각 2,000만원에 당첨됐다.
신씨는 세금을 제외한 3,210만원을 은행에서 찾아온 뒤 “최초 복권구입비를 내가 냈지만 함께 복권을 긁은 점을 감안하겠다”며 윤씨에게 600만원, 김씨 등 2명에게는 100만원씩 나눠주려고 했다.
하지만 종업원 김씨가 이를 거부하고 1,560만원이 자신의 몫임을 주장하며 검찰에 고소해 신씨는 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6월 “신씨가 처음에 자기 돈으로 복권을 구입해 피해자 등에게 나눠준 것인 만큼 복권은 신씨의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변종춘·卞鍾春 부장판사)는 최근 “피고인이 자신의 돈으로 산 복권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피해자 김씨 등에게 양도하거나 증여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만큼 횡령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