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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뉴라운드를 넘는다 / (상)농업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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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뉴라운드를 넘는다 / (상)농업은 삶이다

입력
2000.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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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농업의 장래는 없나.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와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협상의 높은 파고에 밀려 국내 농업이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농업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다.농산물 수출초과국이면서도 국제 농업협상에서 수입국 입장을 줄곧 대변해 온 프랑스의 영농 현장에서 우리 농업의 갈 길을 찾아본다.

“농사꾼 없는 나라는 없다.” 프랑스 최대 농민 조직인 ‘농업생산자 조합연맹(FNSEA)’의 운동모토다. 전통적인 농업국가인 프랑스는 전 국토의 60%가 농경지이고, 토질도 유럽에서 가장 비옥하다.

고속열차 TGV를 타고가다 보면 보이는 것이 지평선까지 펼쳐진 밀 경작지다. 농산물 수출도 수입보다 많다.

그런데도 프랑스는 농산물 수입개방을 적극 주장하는 미국과 케언스그룹(농산물 수출국 모임)에 맞서 자국 농업 보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업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고,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는 ‘다원적 기능’을 갖고 있어 시장논리만으로 가치를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우리나라의 농협중앙회에 해당하는 ‘농업생산자조합연맹’의 뤽 기요 회장은 “생산만이 아니라 환경보전과 국토의 균형적 발전에 농업과 농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도시인들이 푸른 들판을 보면서 얻는 정서적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세계화는 획일화가 아니라 각 나라 농업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이러한 논리를 농업과 농민 지원을 위한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당 소 사육두수가 한마리를 넘지 않는 축산농가에는 환경보조금을 지급한다.

이것은 프랑스뿐 아니라 EU국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정책이다.

몇몇 EU국가는 농지에 개천이 흐를 경우 개천과 농지 사이에 일정 거리를 두면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동물복지(Animal Welfare)’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와 육류 수출국들의 개방 주장에 대응하고 있다.

김진국(金鎭國) 농협 EU사무소장은 “이같은 논리는 WTO 규정을 피하면서 자국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지급도 농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국민들의 전체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뤽 기요 회장은 “농업에 대한 보조금은 특혜가 아니라 국민들이 자연경관을 보고 누리는 데 대한 당연한 대가”라고 말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Multifunctionality)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도 프랑스를 비롯한 EU국가들이다. 유럽농민연맹 존슨 회장은 “미국 농업은 고속도로 농업이고 우리는 시골길 농업이다.

미국식으로 하면 농민은 사라지고 트랙터 운전수만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 개방 요구에 맞서는 유럽국가들의 고민을 함축하고 있다. EU가 한국 일본 등 ‘시골길 농업’ 국가들과 농업협상에서 공동 보조를 취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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