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13일로 예정했던 독립국 선포 계획을 연기, 그동안 우려됐던 이스라엘과의 정면충돌을 피하고 새로운 협상의 기회를 열어놓았다.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팔레스타인중앙위원회(PCC)는 지난 10일 성명를 발표, 독립국 선포계획을 연기했다.
이날 많은 PCC 위원들이 독립국 선포 시한을 새로이 못박을 것을 원했으나 성명은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살림 자눈 PCC의장은 팔레스타인의 상징적 독립선포 12주년인 오는 11월 15일까지 헌법과 선거제도 등 독립국 선포에 필요한 조치들에 대한 경과보고서가 제출되도록 했다고 밝혀 일단 이 때를 전후해 독립을 선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앞으로 4~5주에 걸쳐 평화협상을 계속할 수 있게 됐으나 양측은 물론 중재자인 미국측도 타결 전망을 그다지 밝게 보지 않고 있다.
최대 걸림돌인 예루살렘 주권 문제를 비롯해 국경선 획정문제, 난민 귀환문제 등 핵심 사안들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양측은 이번 주말부터 최종지위협상을 결말짓기 위한 3개 채널의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예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우리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말로 회담에 대한 불안한 전망을 그대로 드러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고위관리는 “우리 관점에서 이번 결정은 팔레스타인 최종 지위문제가 협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며, 그같은 가능성을 열어 놨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가자지구등 팔레스타인 내에서는 독립선포 연기에 대한 실망감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평화협정 실행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미국 의회가 11월 7일 대선을 앞두고 휴회에 들어갈 것이라는 점도 협상의 성공을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PLO가 11월 15일 또는 그 전에 독립국가를 선포하지 못할 경우 다음 독립국 선포 예정일은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무장 투쟁을 전개한지 35주년이 되는 내년 1월 1일이 될 전망이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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