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가 상승이 전세계적으로 최대의 현안으로 떠올랐다.오일쇼크가 다시 엄습할지 모른 다는 불안감이 높은 가운데, 유럽 전역에서 유류세 인하요구 시위가 잇달아 정치사회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정유공장과 주유소 봉쇄시위로 유류공급이 전면중단될 사태에 이르자, 경찰력 투입에 이어 사상 첫 ‘비상대권’발동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런 비상상황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현재로선 불안한 고유가 상태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많다.
이런 어두운 전망과 유럽 선진국들의 상황에 비겨, 우리 사회는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추석 귀성·귀경 차량이 온 국토를 메우는 현상조차 예사롭게 여길 수 없을 정도다.
유럽에서 특히 소비자 반발이 거센 것은 소비억제를 위해 고유가·고율과세 정책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석유소비세가 50%를 넘고, 산유국 영국은 80%에 가깝다.
이 때문에 유가폭등으로 당장 타격이 큰 대형트럭 운전사와 농민 등이 유류세 인하요구에 앞장서고 있다. 대형트럭은 유럽국가 사이의 주된 운송수단 이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특히 크다.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프랑스는 정부가 위기에 처하자 유류세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영국과 독일 등은 단호하게 맞서고 있다. 고유가 정책이 소비자희생을 대가로 재정만 살찌운다는 비난이 많지만 소비억제와 환경보호, 대중교통 확충과 대체에너지 개발 등을 위해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와 언론도 고통스럽지만 국가경제를 지키는 것이 정부의 의무임을 강조한다.
문제는 역시 원유가 불안이 언제까지 계속되느냐다. 낙관적 전망은 과거 오일쇼크때와 달리 원유공급 자체가 크게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올 겨울이 지나면 하락할 것으로 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을 추가로 늘리고, 겨울이 따뜻하면 더 빨리 안정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관적 경고도 나오고 있다. 원유증산에 한계가 있는데다, 세계경기 호황에 따른 유류소비 증가추세가 멈추지 않는한, 길게는 2년 가까이 혼란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올 겨울 미국의 난방유 부족과 전력난, 그리고 이자율 인상과 증시폭락을 점치는 시각마저 있다.
이런 상황은 특히 개발도상국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은 산업구조전환을 이룬 선진국에 비해 단위 경제생산에 2배나 많은 유류를 소비한다. 그중에도 석유소비량 세계 6위인 우리는 유가상승에 가장 취약한 나라다. 정부와 국민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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