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문학 하는 사람들이란 공식행사에 나서서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을 체질적으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포럼을 준비하면서 이런 작가들의 참가를 권유하고 결심을 끌어내기가 참 힘들었습니다."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 주최로 26~28일 열리는 서울국제문학포럼 (본보 4일자 16~17면 보도)의 조직위원장 김우창(63·고려대 영문과)교수는 행사 준비과정의 어려움을 이렇게 말했다.
이번 포럼에 참가하는 작가는 8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월레 소잉카, 세계적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 등 10개국 문인과 학자 19명, 한국의 문인과 사회과학자 55명 등 모두 74명. 한 시대를 대표할 만한 국내외 작가들이 모이는 초유의 행사이다.
당초 포럼 개최가 예정됐던 것은 98년. 김교수는 97년 이후 조직위원장으로 소잉카를 비롯해 노벨상 수상자 나딘 고디머, 중국의 반체제 시인 베이다오를 만나는 등 해외 작가들은 초청하는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IMF사태가 터지면서 포럼은 2년 연기돼 올해에야 열리게 된 것이다.
김교수는 "2000년에 개최하게 된 것이 더 적절한 시의성을 갖게 됐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인류는 다양한 민족이 다문화를 이루며 국경을 비롯한 수많은 경계 속에서 다원화된 삶을 살고 있다. 이는 세계가 하나의 테두리로 재편되면서 우리가 부딪히는 문제가 곧 세계 모두의 문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며 "경제를 넘어 글쓰기 다문화세계 속에서의 문학"이라는 대주제로 열리는 서울국제문학포럼은 이런 의미에서 세계화시대 문화올림픽에 비유될 만한 국내 초유의 '지적 이벤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수는 "얼마 전 부르디외의 책을 읽으면서 그 책에 한국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싫지 않았다."며 "이번 포럼이 우리 작가들이 의식의 테두리를 세계적 지평으로 넓히는 것은 물론, 외국 작가들에게도 한국을 그들의 의식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인만 아니었다면 이미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개리 스나이더, 부르디외 등이 방하나하는 것은 큰 수확이지만 당초 초청을 수락했던 재미동포 작가 이창래씨나,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가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일정상 참석하지 못한 점 등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서울국제문학포럼은 26일 오전 개막식에 이어 김교수와 부르디외가 발제하는 '세계화와 문학'주제 종합세션을 시작으로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와 컨퍼런스홀 2곳에서 동시 진행된다.
포럼 전 과정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생중계된다.
참관 희망자는 자율롭게 참석할 수 있으나 주최측은 좌석 문제 등을 고려해 이메일로 사전신청을 받고 있다.
허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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