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인터뷰 테니스스타 이형택 / "US오픈 16강은 시작일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인터뷰 테니스스타 이형택 / "US오픈 16강은 시작일뿐"

입력
2000.09.09 00:00
0 0

7월 초 뉴욕으로 떠나기 직전 국내 남자테니스의 현실을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메이저대회 1승도 어림없다고 입을 모았다.하지만 '고무공' 이형택(o24o삼성증권)은 보란 듯이 예선전 3경기를 무사히 뚫었고 본선 무대에서도 내리 3승을 거두며 기적처럼 16강 고지를 밟았다.

세계 최강 피트 샘프러스(29o미국)와 맞붙게 되자 외신들까지 한국에서 온 '미스터리 맨' 주위로 몰려들었다.

이 경기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될 정도로 어려운 승부로 점쳤으나 이형택은 첫 세트를 타이브레이크까지 몰고 가는 명승부를 펼쳐 한국 테니스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었다.

햇볕에 잔뜩 얼굴이 그을려 있는 이형택은 "이제 걸음마를 내 디뎠을 뿐"이라며 "자신감이라는 큰 재산을 얻어왔다"고 환하게 웃었다.

_이번 대회 말고 국제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언제 처음 가졌나.

"지난 해 11월 요코하마챌린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 현지 테니스인들로부터 세계 톱10처럼 경기했다는 칭찬을 들었다.

그때부터 자신감이 부쩍 붙었다. 그 뒤 한 달동안 병역특례 보충훈련을 받고 난 뒤 페이스가 좀 떨어졌다. US오픈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은 거둔 것은 브롱크스챌린저를 우승하면서 부터다.

그때부터 누구를 만나도 꺾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코트에서 상위 랭커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

_ 경기할 때 어머니가 찾아오면 지는 징크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명 선수들은 가족들을 관중석에 앉혀놓는데…부럽지 않나.

"왜 부럽지 않겠는가. 나도 왜 그런 징크스가 생겼는 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다음부터 어머니와 떨어져 지냈다.

테니스를 배우느라 주로 숙소에 머물렀고 매일 밤 어머니 생각에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다. 그만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컸다.

하지만 왠지 경기장에 어머니가 나타나면 이상하게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내가 힘들게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뿐더러 꼭 이겨야 된다는 부담감도 밀려든다."(일화를 소개해 달라니까 이형택은 좀 망설였고 옆에 있던 주원홍감독이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지난 해 5월 장충코트에서 열렸던 한국 국제남자 퓨처스대회 단식 결승전 때 이형택은 코트로 찾아온 어머니를 빨리 돌아가라고 다그쳤다고 귀띔했다.

이날 어머니는 크게 마음을 먹고 아들의 경기를 구경갔지만 결국 이형택이 보이지않는 코트 밖으로 나가 한참을 울어야 했다.

어머니가 오지 않았던 1세트를 쉽게 따냈던 이형택은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난 뒤부터 내리 2세트를 빼앗겨 1_2로 어이없이 역전패 당했다. 주감독은 어머니를 보고 난 뒤부터 너무 형편없게 경기를 하는 바람에 화가 날 정도였다고 한다.)

_테니스 라켓은 언제 처음 잡았나.

"횡성 우천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이종훈선생님이 처음 테니스를 가르쳤을 때 승부라기보다는 즐거운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줬다.

3포인트를 따면 건빵이나 과자를 나눠주기도 했고 연습이 끝나면 개울가로 가 멱을 감으며 선생님하고 어울려 놀았다. 또 학교에서만 하면 지루해지기 쉽다며 주말에는 테니스부를 전부 원주까지 데리고 가 시청 근처에 있던 코트에서 운동했다.

어린 선수들 가운데는 테니스하는 기쁨보다는 고된 훈련에 몸만 축내는 경우가 많은 데 나는 무척 운이 좋은 편이었다. "

_국내에서는 팬레터를 보내고 싶다고 주소를 물어오는 여성팬들도 있었고 6일 입국할 때는 사인을 받으러 온 중학생도 여럿 있었다. 이형택신드롬이 일어났는데 외신들의 반응도 엄청났다. 미국인 팬까지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예선 마지막 경기 때 지는 바람에 가까스로 본선에 출전, 우승까지 했던 브롱크스챌린저 때부터다. 뉴욕 맨해턴에 살고 있고 40대쯤으로 보이는 존 호프만 부부다.

그때 불쑥 내게 다가와 브롱크스 챌린저때 내가 우승한 얘기를 뉴욕타임스 스포츠기자에게 전화로 알려줬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정말 그 신문에 '러키 루저(lucky loser) 이형택이 브롱크스를 품에 안았다'는 제목으로 내 얘기가 실렸다. US오픈 때도 연습이나 경기 때마다 나를 쫓아다녔다.

물론 응원문구가 적혀있는 피켓을 들고 열렬하게 나를 응원했다. 무척 놀랐고 고마웠다. 더구나 내게는 행운을 몰고 다니는 승리의 전도사나 마찬가지였다.

16강전서는 감독님이 표 2장을 이들에게 선물로 줬다. TV화면에 비쳤던 '11연승 이형택'이라는 문구도 직접 써 들고 나왔다. 그날 비가 와 중간에 2시간 30분이나 경기가 멈췄을 때 갑자기 사라졌다. 아마 그가 끝까지 남아있었다면 어땠을까하고 상상해보면 재미있다."

_여자 친구를 확인해 달라는 네티즌들의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 어떤가.

"대학교 때부터 사귄 여자 친구가 있다. 중간에 헤어지고 만나기를 몇 번 반복했다. 아무래도 내가 자주 해외에 나가니까 데이트를 잘 할 수가 없다. 언제 돌아오냐는 말을 들을 때가 제일 미안하다. "_올해는 어떤 대회를 뛰게 되나.

"우선 올림픽을 끝내면 홍콩, 일본, 상하이오픈 등 투어급 대회를 뛰게 된다. 상하이오픈은 전국체전과 겹쳐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

11월에 올림픽코트에서 열리는 삼성챌린저에도 출전한다."(테니스 대회는 입문 단계인 서키트부터 퓨처스, 챌린저, 투어급으로 나뉘어있다. 이형택은 상금이 최소 30만달러 이상인 투어급 대회에 집중적으로 출전, 랭킹 포인트를 높일 계획이다.)

_US오픈 때 너무 잘해서 앞으로 부담도 좀 될 텐데.

"앞으로 더 잘 할 자신이 있다. 당장의 목표는 시드니 올림픽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는 것이다. 실력으로 따져봤을 때는 좀 어려운 감이 있다.

하지만 현재 페이스를 살린다면 해 볼 만하다. 테니스 세계랭킹이 1년을 단위로 나오니까 팬들도 그 기간동안 인내를 갖고 지켜봤으면 좋겠다.

예선을 그치지 않고 바로 본선무대에서 뛸 수 있는 내년도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 대비하고 싶다. US오픈과 같은 하드코트에서 열려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16강 이상을 해내고 싶은 게 욕심이다. "

이형택의 모든 것

▦생년월일: 1976년 1월3일▦신장 179cm, 체중76kg▦본적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화배리▦현주소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123동 204호▦학력 횡성우천초_양구원당초_원주중_춘천봉의고_건국대학교▦소속 삼성증권(1995년 입단)▦가족 관계 최춘자(59)씨의 3남 중 막내 ▦특기 그라운드 스트로크, 패싱샷 ▦주요 경력 1994년 국가대표로 발탁1997년 시칠리 하계 U대회 복식 은메달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1999년 팔마 하계U대회 단식 금메달, 중국 퓨처스 서키트 1, 2차 우승, 일본 퓨처스 서키트 2,5차 우승, 요코하마 챌린저 우승, 2000년 브롱크스챌린저우승, US오픈 16강 진출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