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민생은 내 팽개친채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여당은 걸핏하면 공동여당 머릿수를 내세워 ‘힘의 정치’를 강조하고 있고, 야당은 장외에서 정권을 상대로 한 투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상살(相殺)의 정치로 치닫고 있는 데에는 무엇보다 여당에 큰 책임이 있다. 국회법개정안 날치기 상정에 이어 검찰과 선관위의 선거사범 처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킨 것은 다름아닌 민주당이다.
게다가 민주당 최고위원 한사람이 ‘한나라당 양분론’을 제기, 공연히 야당을 격분시켜 투쟁의 강도를 높혀 놓고 있다. 양분론은 정계개편을 연상케 하는 것으로, 야당에 대한 일종의 협박인 셈이다.
그런 민주당이 한빛은행 부정대출 사건등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권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하는 데 대해 오히려 나무라는 태도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 일각에서 ‘집권당 위기론’을 제기하는데 대해서도 자성은 커녕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총재인 김대중대통령이 민주당에 ‘강한 여당’을 당부한 이후 지도부의 태도는 안타깝게도 더욱 경색돼 가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이라고 나은 것은 없다. 인천에 이어 서울역 집회를 성공적이라고 자평하더니 급기야 추석이후엔 영남권을 돌며 대규모 군중집회를 연다는 것이다. 강경투쟁 일변도에서 한치도 벗어날 태세가 아니다.
여야는 추석연휴에 반드시 할 일이 있다. 밑바닥 민심을 정확히 읽어내는 일이다.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치권에 대해선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살펴 보기를 권고하고자 한다. 제대로 살핀다면, 힘으로 밀어 부쳐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한편 YS가 현실정치에 개입하고 나선 것은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같은 일이다. 그는 “국가존망의 위기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선다”고 하지만, 지금 그런 위기도 아닐뿐더러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일을 해낼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는 역사의 물레방아를 한번 돌리고 흘러간 물과 같은 처지다. 왜 흐름을 역류하면서까지 정치판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치판은 단순화 할수록 좋다. 그만큼 국민들이 판별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그 판이 유감스럽게도 YS의 개입으로 복잡해지려 하고 있다. 그의 행보가 진중해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YS 측근들은 특히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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