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가위엔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 협상이 지연돼 대학병원 등의 진료차질이 계속되는 데다 동네의원마저 대부분 문을 닫는다.특히 연휴 때마다 실시되던 시·도별 ‘당직의료기관 제도’가 이번에는 의·정 갈등으로 가동되지 않는다.
의료사각지대에 들어가는 환자, 귀성길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에겐 추석연휴가 ‘고통연휴’가 될 전망이다.
◎ 마비된 진료체계
동네의원이 대부분 문을 닫을 예정이다. 각 지역 보건소는 연휴기간 ‘순번제 진료’를 해당 의사회에 요청했지만 반응이 없다.
서울 강남구보건소 관계자는 8일 “구 의사회에 연휴 당직의료기관 지정 협조공문을 보냈지만 아직까지 회신을 받지 못했다”며 “지역내 동네의원 570곳,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33곳 가운데 27개 병원급만 응급실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기관, 종합병원, 공공보건의료기관, 1339응급의료정보센터, 당번약국 등을 대상으로 연휴 진료대책을 마련했지만 시·군·구 의사회의 비협조로 정확한 당직의료기관의 명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위기의 환자들
입원중인 암환자와 응급환자들은 4일간의 연휴를 앞두고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이미 정원의 50%를 넘어서 포화상태. 응급실을 찾는 사람의 절반 가량은 암환자지만 연휴 동안 환자가 더 몰릴 경우 이들을 돌려보내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속투약 환자를 위해 마련된 이 병원의 긴급외래처방센터마저 연휴중 문을 닫을 예정이다.
서울중앙병원에 아들이 입원중인 박영환(朴英煥·71)씨는 “아들이 한달 전에 입원했지만 아직도 수술을 못받고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추석기간중 병세가 악화하면 어떡하느냐”고 울먹였다.
혈액종양으로 장기치료를 받고 있는 고춘영(58·여)씨는 “혈소판이 모자라 계속 피검사를 하고 약을 타야 하는데 연휴 동안 담당의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갑자기 쓰러지면 입원도 안될까봐 겁이 난다”고 호소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 간암으로 입원중인 최신영(56)씨는 “평소에는 의사들이 하루에 두번씩 회진을 돌았는데 연휴 때는 간호사들만 근무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며 “진찰하고 조제·투약할 의사가 부족해 휴일인 4일 내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고 불안해 했다.
◎ 대처요령
지역내 보건소나 국번없이 1339로 전화해 문을 연 의료기관을 확인하는 게 급선무다. 기침 소화불량 등 간단한 질환은 보건소를 통해 당직약국을 알아낸 뒤 처방전이 없어도 되는 일반의약품을 구입한다.
의료기관 방문시 의료보험증은 반드시 챙겨야 한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장래준기자
rajun@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의료계 사태를 해결하기위한 의(醫)·정(政) 공식협상 재개가 양자간 협상 전제조건 의견조율 실패로 추석연휴 이후로 지연될 전망이다.
특히 의·정 협상이 15일 이전까지 재개되지 못할 경우 의대교수들의 완전 진료철수와 동네의원의 재폐업 돌입 등이 불가피해 진료공백 사태의 장기화도 우려된다.
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밤 김재정(金在正)대한의사협회장과 대(對)정부 단일 협상창구인 ‘비상공동대표 10인소위’ 위원들을 잇따라 만나 의료계의 협상 전제조건 등을 놓고 집중 논의를 벌였으나 의견절충에 실패했다.
최장관은 “구속자석방 등 전제조건은 관련 부처에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한 만큼 먼저 진료에 복귀하라”고 요구한 반면 비대위 소위는 “전제조건이 충족할만큼 수용돼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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