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갈 수록 심화하고 있다. 삼성, LG, SK 등 ‘빅3’ 계열사들은 회사채 발행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는 반면, 나머지 회사들은 자금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8일 금융계에 따르면 ‘빅3’그룹 계열사들은 8월중 총 1조5,24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7월중 발행규모 8,800억원보다 6,440억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그룹별로는 삼성 1,200억원, LG 8,040억원, SK 6,000억원 등으로 LG와 SK의 회사채 발행량이 급증했다.
LG의 경우 LG화학, 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이 일제히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고 SK는 SK텔레콤에서만 4,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반면 4대 그룹 중 현대의 경우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7월 1,000억원, 8월 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그쳤다. 재계 5위 반열에 오른 현대자동차는 이달 초 1,2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4대 그룹 계열이 아닌 회사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8월중 2,940억원으로 7월보다 3,530억원이나 감소했다.
‘빅3’ 계열사들이 회사채 발행규모를 집중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은 올해말까지 19조여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속화하기 전에 미리 자금을 확보해 두자는 뜻이다.
하지만 신용등급 ‘BBB’급 이하 중견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하고 싶어도 실수요처를 찾지 못해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특히 등급간 회사채 발행금리 차이도 갈 수록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화증권 채권팀 관계자는 “우량은행으로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투신사, 종금사 등이 회사채 매수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주식시장을 통한 유상증자, 은행을 통한 대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빅3’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자금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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