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지하철 2호선 승무원으로 일해왔던 사람이 ‘이호선’이라는 예명으로 ‘지하철 2호선’이라는 노래를 타이틀로 한 음반을 발표했다. 현재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날역 부역장인 이원우(李元雨·36)씨.“지하철을 타보세요. 사당에서 서울 어디든지 달려가죠/…/4호선을 타시려면 사당에서, 5호선을 타시려면 왕십리서/…/인생살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 2호선 지하철을 타봐요”라는 가사의 흥겨운 테크노풍의 트로트곡인 이 노래는 올 6월 발표됐다.
“노래 가사를 동료들에게 들려줘 고치게 해서 완성했다”는 이씨는 요즘 이 노래때문에 교통방송 등에서 출연요청이 많이 들어온다며 즐거워 했다.
이번이 첫 정규 앨범이지만 사실 그는 1988년부터 가수활동을 겸업해 왔다. 근무시간을 벗어나면 회갑잔치, 나이트클럽, 지방공연 등 그를 불러주는 무대를 찾아다니며 어엿한 가수로 활동해 왔다.
특히 지하철공사 노사한마당이나 체육대회에서는 최고 인기가수였다. “가수활동을 하는데 회사에서 편의를 많이 봐줘서 고맙다”는 그는 “이 노래가 회사 홍보에 도움을 줘 그 보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래 꿈이 트로트가수였던 이씨는 가수가 되기 위해 고교 졸업 후 삼척에서 상경했지만 서너차례 찾아간 작곡가 사무실에서 사기를 당했다. 결국 생활을 위해 84년 취직한 곳이 지하철공사.
지하철2호선에 근무하면서도 가수의 꿈을 버리지 못하다가 85년에 방송통신대에서 만난 동기생인 조만호씨 덕에 가수의 길을 걷게 됐다. ‘사랑하는 영자씨’와 ‘요즘 남자 요즘 여자’의 작곡자인 조씨는 친구를 위해 직접 작곡도 해주고 다른 작곡자들도 주선해주었다.
전동차를 몰 때 종착역에 가까워지면 승객들에게 자기 노래가 담긴 테이프를 들려주는 것이 기쁨이었다는 이씨는 “계속 지하철에 근무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시름을 달래고 즐거움을 주는 그런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 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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