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회담 무산으로 첫날 일정에 차질을 빚었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6일 오후(한국시간)부터 유엔 무대에서 굵직한 선을 그리기 시작했다.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의 남북정상회담 지지성명, 김 대통령의 기조연설, 한·중 및 한·미 정상회담은 국제사회의 시선을 한반도 문제에 모으기에 충분했다.
■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개회식
이날 오후 개회식에서 김 대통령은 ‘주연’이었다. 개회식에 앞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하며 계속 관심을 갖겠다”고 말하는등 여러 나라 정상들이 김 대통령에 몰렸다.
공동의장인 핀란드, 나미비아 대통령과 베트남 대통령, 미얀마 외상이 축하인사를 건넸다. 또 몽골 대통령은 경의선 완공으로 몽골까지 철로가 부설될 것을 기대했다.
일본의 모리 요시로(三喜朗) 총리도 9월말 김 대통령의 방일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고, 호주의 존 하워드 총리는 “이산가족 상봉장면을 보고 감격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들 정상에게 그 동안의 지지에 감사의 뜻을 전했으며 특히 공동의장인 핀란드와 나미비아 대통령에 남북 정상회담 지지성명을 채택한데 사의를 표했다.
■유엔 기조연설
김 대통령은 7일 오전 총회에서 12번째로 기조연설을 했다. 각국 대표단 대부분이 자국 국가 원수의 연설 때만 총회장에 착석해 줄곧 빈좌석이 많았으나 김 대통령의 연설 때는 비교적 많은 대표단이 경청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김 대통령은 “새천년의 기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말을 시작으로 남북정상회담 내용, 이산가족 상봉, 유엔의 지지에 대한 감사, 21세기 유엔의 역할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연설했다.
워낙 많은 국가원수들의 연설이 있어 5분씩 할애됐지만 김 대통령의 연설 후 대표단은 물론 취재진 100여명도 함께 박수를 쳤다. 북한 대표단은 김영남 위원장의 방미 무산 때문인지 참석하지 않았다.
■ 활발한 정상외교
김 대통령은 7일 오후 숙소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 클린턴 미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가졌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있어 사실상 이번 한미회담이 두 정상의 마지막 만남일 수 있어 두 정상은 우정넘치는 대화를 나눴다.
이어 김 대통령은 8일 오전 평양에 대사관을 갖고 있는 유일한 서방국인 스웨덴의 요란 페르손 총리, 이날 밤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갖는 등 유엔을 무대로 활발한 정상외교를 펼친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김대통령 유엔 정상회의 기조연설(요지)
남북 정상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다짐했다. 적화통일도 흡수통일도 다같이 배제하기로 했다.
민족이 자주적으로 통일을 추구하되 우선 남북한이 평화정착과 경제 사회 문화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증진시키는데 노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앞으로 남북 정상간의 교환방문, 각료급회담 등을 계속해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교류협력의 증대에 모든 노력을 집중할 것이다.
21세기에서 유엔이 해결해야 할 임무는 막중하다. 세계적 평화의 실현, 개발도상국가의 경제적 발전 지원, 인권의 신장, 빈곤의 퇴치, 테러의 방지, 지구환경의 보존 등 수많은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세계 각국은 유엔을 중심으로 굳게 단결해 21세기를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롭고 희망찬 세기로 만들도록 힘써 나가자. 한국은 유엔의 고귀한 역할에 대해 모든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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