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번 여름방학 때 한신대 주관의 ‘농촌봉사활동’에 참여하여 러시아에 다녀왔다. 12박13일의 농활일정은 고려인들의 부족한 일손을 돕는 일이었다.나는 많은 땀을 흘리면서 우리 민족의 끈끈한 정을 느꼈다. 또 인생관을 다시 한번 정돈해 보고 민족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간 곳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떨어진‘스파스크’농장 주변 고려인 마을이었다.
러시아인들과 함께 살고 있었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과 똑같은 생김새를 하고 있어 같은 민족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안타깝게도 우리 말을 잘 하지 못했다. 그나마 어른들은 떠듬떠듬이라도 우리 말을 했지만, 나이가 어린 세대는 한국말을 거의 못했다.
처음에는 러시아 말을 하는 고려인들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그들과 함께 일하고 땀을 흘리는 사이에 서먹서먹하던 감정은 어느 새 없어지고 ‘피는 진하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한 일은 토마토밭, 수박밭, 고추밭 등에서 잡초 뽑기와 양배추 캐기, 가지 닦기 등이었다. 처음 해보는 농촌일이었고 더욱이 뜨거운 태양, 윙윙대는 벌레들 때문에 힘들었지만 우리 동포를 돕는다는 생각, 조국의 정을 좀더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마을잔치에서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아리랑’과 ‘우리의 소원’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늘상 들어오던 노래들이 그때만큼은 나에게 새롭고 간절하게 다가왔다.
출발 전에 생각한 바와는 달리 고려인들은 러시아 사람들로부터 특별한 차별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고려인들이 더 잘사는 편이었다. 일제시대의 고달픈 현실과 강제이주 등으로 힘이 없었던 그 시절에 비해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고려인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에 애국심과 자긍심을 느꼈다.
대학에 가면 외교학을 공부해 세계 각지에서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의 위상을 높이는 외교관이 되겠다는 소망을 꼭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지는 기회이기도 했다.
/박지영 수원 영복여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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