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의 아픔과 후유증은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그것이 의료과실이든 아니든간에 피해자는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다.더욱이 명백한 의료과실임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전문지식을 내세우며 무죄를 주장할 때는 판사들도 속수무책인 형편이다.
민경찬(40·사진·민경찬법의학사무소 원장)씨는 이러한 의료사고 피해자들에게는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이다.
벌써 7년째 피해자들 편에 서서 의료과실을 들춰내고 재판에 증인으로까지 출두해 이들의 법정싸움을 지원해왔다.
자신도 당당히 의사고시를 통과한 외과의사이면서도 파렴치한 일부 동료 의사들에 분개해 이 일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출간된 '히포크라테스의 배신자들'(무역경영사 발행)은 국내 유일의 의료사고 전문의사인 그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땅의 비양심적인 의사들을 향해 던진 경고장이다.
"이제 그들의 오만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공공을 위해 부여받은 독점적인 지식과 학문을 자신의 과실을 숨기는 무기로 사용하는 그들. 이 책은 그 경고가 허구가 아님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이 책을 읽고도 자성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이미 의사가 아닙니다."
책에는 그가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뒤 느낀 의료사고의 심각성, 법의학사무소를 차리게 된 동기 등이 실려있다.
무엇보다 여러 의료사고 피해자들과 만나면서 알게 된 일부 비양심적인 의사들의 '만행'이 적나라하게 폭로돼 있다.
양약으로 치료해 환자를 죽게 한 한의사, 동료 의사를 위해 허위 감정을 한 의사, "치료를 잘 했어도 어차피 죽을 사람이었다"고 발뺌하는 의사….
"저도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한 의사입니다. 하지만 저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치료하는 일을 합니다.
많은 의사들이 저를 비난하고 따돌림시키지만 저는 제 일이 진정한 히포크라테스의 길임을 확신합니다."
그의 말에는 혼자 걷는 길에서 감수해야 하는 외로움이 짙게 배어있다. 그래도 재판에서 이겨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다소나마 풀어줄 때면 정말 기쁘다고 한다.
그의 승소율은 75%에 달한다. 다른 의료사고 전문변호사의 승소율이 40% 미만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1주일이면 보통 2번 지방 법원에 증인으로 출두하는 고된 일이지만 유일한 후원자인 아내(34)를 위해서라도 이를 악문다고 한다. "물론 의료사고 전부가 의료과실은 아닙니다. 저를 찾아오는 피해자들의 70%는 의료과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납니다.
때로는 의료사고에 휘말린 의사들도 찾아옵니다.
의사와 피해자들간의 갈등을 완하시켜주는 일, 의료과실이 아님을 밝혀 오히려 의사들에게 위안을 주는 일도 제 일의 소중한 부분입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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