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세금 공산품 생활필수품 가격은 하늘높이 치솟는 반면 최근 우리 농산물 가격은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농사를 지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각종 부대비용을 제하면 투자액도 건지지 못하는 것이 농촌의 현실이다. 폭락하는 농산물 가격에 대한 대책은 없나./오현철·전남 해남군 북평면 묵동리
☞생산비에 못 미치는 농산물가격
12년째 마늘농사를 짓고 있다는 독자 오현철(吳玄哲·60)씨가 재배한 난지형 상품 마늘은 현재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당 1,500원선에 팔리고 있다.
1997년 평균 2,080원, 98년 3,120원, 99년 2,130원에 팔리던 것과 비교하면 헐값이다. 오씨는 올해 1,300평에 마늘을 재배해 농협에 ㎏당 1,300원에 출하해 약 400만원의 현금을 쥐었다.
오씨가 마늘농사에 들인 생산원가가 총 432만9,000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자신의 인건비조차 못 건진 셈이다.
오씨는 “그나마 나는 농협과 계약을 맺었기에 밑지지는 않았지만 주변에는 가격폭락을 우려해 일반 중간상에게 900~1,200원에 넘긴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비닐하우스재배 과일농가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 전남 담양군농민회에 따르면 방울토마토의 경우 지난 겨울 유류대 60% 상승, 농자재 가격 10% 상승 등 전체적으로 생산비가 30% 가량 올라 5㎏당 1만2,000원선은 유지돼야 농가소득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방울토마토 5㎏의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시세는 4,000원대. 작년초 9,600원대에서 크게 떨어졌다.
☞범람하는 외국 농산물 폭락하는 국내 농산물 가격
과일과 마늘 등 국내 농수산물 가격의 폭락은 시장 개방에 따른 외국 농수산물의 수입 확대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2~3년간 가격하락이 거듭되던 마늘의 경우 올 7월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315%의 긴급 관세가 철회되고 30~50%의 저율관세가 부과되자 피해를 우려한 농민들이 출하를 서두르면서 가격폭락이 가속화했다. 또 미국산 오렌지 등의 수입이 지난해(3만853톤)에 비해 올해 2배 이상(상반기 8만6,591톤)증가하면서 귤, 방울토마토, 사과 등 대부분 과일이 가격폭락을 겪었다. 사과 15㎏한 상자는 현재 1만2,500원선이어서 지난해 9월의 1만4,500원에서 14%정도 떨어졌다.
99년 5월 7,700원에 거래되던 토마토 5㎏한 상자는 올 5월에 3,900원대로 떨어졌다가 현재는 3,000원대에 팔리고 있는 등 각종 비닐하우스 과일들은 99년 대비 50% 정도의 가격하락을 겪었다.
☞농가 부채 상환
농산물가격 폭락으로 시름을 겪는 농민들을 더욱 괴롭히고 있는 것은 농가부채 상환 문제. 농림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가구당 농가 부채는 1,853만원. 오씨 역시 “부채가 2,000만원 정도 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99년말까지 만기가 돌아온 농협과 축협대출금 11조원의 상환을 2년간 유예한다고 98년 9월 결정함으로써 농가부채 문제는 유보상태였다.
그러나 작년말 통합농협법이 국회를 통과, 금융감독위원회가 농협을 감사하게 되면서 단위농협들은 다른 금융기관과 마찬가지로 부실채권 상환압력을 받고 있다.
이때문에 일부지역의 단위농협들은 연말결산을 앞두고 대출자금의 조기상환을 검토하고 있어 농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7,8월 마늘 가격의 안정을 위해 난지형 마늘을 ㎏당 1,200원에, 한지형 마늘을 ㎏당 1,600원에 수매해준 농림부는 과일의 경우, 내년부터 사과 배의 낙과피해를 재해보험으로 보상해주겠다는 안을 내놓았을 뿐 농가부채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이종화(李鍾華)정책실장은 “조합개혁을 통한 정부의 체계적 생산량 관리, 논농사와 병행하고 있는 마늘농가에 대한 쌀 지불제 실시 등의 보호조치 확대, 조속한 농가부채경감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5~10년내 우리 농촌은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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