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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꼬일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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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꼬일수가…"

입력
2000.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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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고 꼬인 미국행.’북한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미국행 취소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정부 당국자의 말이다.

김 위원장의 뉴욕행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아메리칸에어라인(AA) 소속 보안요원이 북한 대표단에게 보안검색을 엄격하게 실시하면서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북한 대표단의 몸수색을 맡았던 보안요원은 AA사가 현지 채용한 독일인. 그는 북한 대표단에게 윗옷과 신발까지 벗도록 요구하면서 북한의 국가원수인 김 위원장까지 몸수색을 하려 했다.

‘불량국가’에서 오는 탑승객에 대해 철저한 보안검색을 실시하도록 규정한 미연방항공국(FAA)의 항공안전수칙을 깐깐하게 적용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해당 수칙에는 유엔회의에 참석하는 유엔관련 요인과 사전통보된 탑승객에 한해 이런 보안검색을 실시하지 않도록 하는 예외조항이 포함돼 있다.

북한 외교관들이 통상 미국으로 갈 때 이용하는 베이징(北京)공항에서는 미 항공사 직원들은 예외 조항 등을 근거로 북한 탑승객들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북한측이 김 위원장 일행의 탑승사실을 항공사측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던 것도 이번 사건의 불씨를 제공했다.

북한측이 항공사나 독일 정부에 사전협조를 요청했더라면 항공사 직원들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전관계자는“북한측이 경호문제를 염두에 두었을 지 모르나 국가원수가 움직이는데 관련국 등에 협조요청을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실수”라고 말했다.

실랑이 도중 AA 172편이 이륙하자 AA사측은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측과 접촉, 항공권 인계허가(Ticket Authorization)를 받아 북한 대표단이 뉴욕으로 떠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북한 대표단도 루프트한자편에 탑승하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루트프한자측이 좌석 부족을 이유로 북한 대표단에게 두 팀으로 나누어 따로 출발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뉴욕행 취소 결심을 더욱 굳혀버린 것으로 관측된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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