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산 지도 35년이 흘렀다. 다른 아이같으면 부모의 품안에서 보호를 받을 열두살의 어린 나이에 고향을 뛰쳐나와 그런지 나는 어릴적 고향에 대한 추억이 그리 많지는 않다.그러나 추석이 다가오면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한없이 사무친다. 그것은 아버지가 17년전 추석을 사흘 앞두고 돌아가시더니 2년전에는 어머니 마저 추석을 한달 앞두고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여든 여섯의 나이에 중풍으로 4년간 고생하다 스러진 어머니.
그래서인지 나는 추석이 다가오면서 밤 하늘의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어머니 아버지 하고 불러본다. 그리고 동산 위로 떠오르는 달을 보며 저 멀리 하늘나라에 계신 두분께 소식을 전하고 안부를 묻기도 한다.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어 부모님 허락도 받지 않고 고향을 떠난 나는 추석날이면 일상의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영원한 안식처라고 생각했던 어머니가 고향에서 나를 맞아주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추석이 되면 하루 이틀 전부터 동구 밖에 나가 지나가는 버스가 일으키는 흙먼지를 뒤집어 쓰며 하루 종일 나를 기다렸다.
딱히 내가 고향에 갈 것이란 연락을 하지 않아도 그랬다. 추석때마다 고향을 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머니는 혼자서 밤늦게까지 기다리다 아쉬운 마음을 돌리며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제 형님과 형수님이 고향을 지키고 있지만 집에 들르면 당장이라도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맨발로 뛰어나와 손을 덥썩잡아 줄 것 같다. 추석날 분주함과 마음의 풍요로움은 자취를 감추고 어머니에 대한 진한 그리움만 대신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벼가 누렇게 익어 황금 물결로 넘실대고 온갖 과일들이 탐스러운 색깔을 발하면서 자태를 뽐낼듯한데 올해는 추석이 일찍 찾아오는 바람에 그런 모습을 보기엔 조금 이른 것 같다. 그러나 계절의 법칙은 어길 수 없는
지 아침이면 제법 산들바람이 불어와 가을이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끼게한다.
오늘밤도 보름달을 보면서 불초한 이 자식은 생전에 지은 죄를 용서해달라고 하염없는 눈물로 대신하면서 생전에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못참아 불초한 자식의 애절한 마음을 글에 담아 그 달속으로 띄워 보내고 싶다.
/권영수 경남 마산시 합포구 신포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