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한 표면적 이유는 독일에서 미국 항공기에 타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마찰때문이다.김위원장 일행은 5일 오후 6시30분(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아메리칸 에어라인(AA)에 탑승하려다 항공사 직원으로부터 보안검색을 받자 항의했다. 그러나 항공사 직원들이 ‘불량국가인 북한 출입자에 대한 몸수색’규정을 거론하자 북한 대표단은 이를 주권국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 미국행을 취소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AA사의 검색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며 “북한측이 국가원수 일행에 대한 까다로운 보안검색에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AA사측은 “김위원장이 미국 항공사가 요구하는 보안검색을 거부했다”며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사전에 김위원장의 탑승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나친 보안검색으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북한 대표단이 미 민간 항공사의 행위를 미 정부의 행위로 규정했음을 말해준다.
김위원장 일행은 5일 오후 11시 기자회견을 자청, 미국측의 무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북측 대표단은 평양으로부터 철수 훈령을 받았다. 김위원장 일행은 일단 6일 새벽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떠났다. 김위원장의 뉴욕 행 포기로 김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비롯, 일본, 러시아, 스웨덴 등 10여개국과의 정상회담은 일단 무산 됐다.
사건이 알려지자 미국측은 뉴욕의 북한 대표부 채널을 통해 “AA의 행동은 미 정부의 의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또 국무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서도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김위원장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북측과 미측 사이에서 중재 노력을 했다.
북한측이 이같은 미측의 입장 표명을 수용할 경우 다시 미국행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베이징에서 미국에 가는 비행기 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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