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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국립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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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국립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입력
2000.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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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 자아내는 광적인 표현력국립발레단이 백년의 세월을 단번에 뛰어넘어 변신을 했다.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안무한 `로미오와 줄리엣'(9.1~3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지금까지 공연했던 고전발레와는 많이 달랐다.

가장 먼저 감지된 차이는 무대 배경이었다. 특정 장소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장치 대신에 단순한 디자인의 배경판이 설치됐다.

흑색과 백색 만으로 꾸며진 무대 공간에 회색이나 황금빛 의상이 들어가니 다양한 색상의 발레와는 우선 그림이 달랐다.

절제미를 강조한 장치는 상황에 따라 위치나 높낮이 조절만으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조명을 염두에 둔 철저한 계산이 드러나면서 감탄의 대상이 되었다.

또다른 감탄은 움직임에 담긴 표현력을 보면서 시작됐다. 발레 기교에 덧붙여진 약한 듯 강한 힘은 광적인 열기를 뿜어내는 이미지의 원천이었다.

마치 반항하며 애원하는 듯한 일련의 동작은 충격에 가까웠다. 침실의 2인무가 시작될 때 줄리엣은 먼저 로미오의 뺨을 때렸다. 그가 티볼트를 죽이고 겪게 될 미래의 불행이 그 한 동작에 압축됐다.

서로 쓰러지듯 의지하는 다음 포즈에서 느껴지는 슬픔은 고전적인 표현 기법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섬세한 묘사였다.

끊임없이 변하는 동작에 명확한 내용을 넣고 때로는 특정 부분을 더욱 강조하는 충격효과는 현대적인 발레와 그 표현법이 어떤 것인지를 스스로 설명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2막 마지막의 살해 장면은 특별했다. 안무자의 집요한 연출력이 유감없이 드러난 부분으로 무대 전체가 로미오와 티볼트를 위해 존재하는 듯 했다.

두 사람의 동작 하나 하나가 관절의 움직임까지 보이도록 느리게 진행되는 가운데 피 묻은 수건 아래서 티볼트가 죽어갔다. 안무자가 의도한 충격의 절정이었다.

국립발레단의 한계가 바로 이 장면에서 드러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고전 명작에 집중해 왔던 국립발레단에게 100년의 세월이 순순히 물러서지는 않았다.

고전에서 현대로 급회전하는 일이 결코 쉽지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는데 각기 그 표현 방법이 다른 때문이었다.

2막의 충격이 객석을 사로잡아 3막의 연민으로 연결되는 것이 성공적인 공식이지만 감정의 맥이 끊기니 급격히 지루해지고 말았다.

맥이 끊긴 또다른 원인은 극장시설에서도, 음악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총체적인 부조화였다.

다행히 단원들이 현대적인 기교에 잘 적응했고 티볼트 역의 최세영이 야비한 모습을 강조하며 제몫을 해낸 것은 큰 수확이었다.

특별히 역할이 강조된 캐플릿 부인 역의 김주원은 드라마가 요구하는 강한 개성을 살려 비극을 주도했고 두 주역, 김용걸과 김지영도 발코니 장면에서 좋은 연기를 보이며 현대발레라는 관문을 어렵사리 통과했다.

/문애령/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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