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라이벌전'스포츠 호사가들은 이번 시드니올림픽 빅이벤트의 하나인 호세 마리 페렉(31.프랑스.사진 오른쪽)과 캐서린 프리먼(27.호주)의 여자400m대결을 이렇게 부른다.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페렉(48초25)은 프리먼(48초63)을 0.38초라는 간발의 차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자 400m는 페렉의 독무대였다. 92년 바르셀로나에 이어 올림픽400m 2연패를 달성한 페렉은 애틀랜타올림픽 200m서도 22초12의 기록으로 자메이카의 흑진주 멀린 오티를 따돌리고 우승, '여자육상의 마이클 존슨'이란 칭호를 얻으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프리먼은 이른바 호주 원주민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원주민의 희망이었지만 카리브해 과달루페출신으로 '라젤(산양)'처럼 달리는 페렉의 그림자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프리먼은 97년 세계선수권대회 200m 준결승직전 부상으로 결장한 이후 엡스타인-바 바이러스가 원인인 희귀한 만성피로증후군에 시달리면서 세계 무대에서 모습을 감췄다. 프리먼에게 페렉의 불행은 행복의 시작이었다.
페렉이 질병과 사투를 벌이는 사이 프리먼은 페렉이 없는 400m무대에서 98년 5월까지 1년9개월동안 여자 트랙사상 가장 긴 20연승을 올리며 400m의 여왕으로 불리웠다. 프리먼은 이때 이후 근 1년간 허벅지부상에 시달리며 장기간의 슬럼프를 겪었으나 99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계기로 여왕의 자리를 되찾았다.
90년대이후 세계선수권에서는 페렉과 두차례씩 나눠 가졌던 400m왕관이지만 올림픽 금메달만큼은 손에 잡히지 않았던 만큼 프리먼으로서는 시드니 금메달에 욕망은 대단히 강했다. 더욱이 적어도 올 7월까지만 해도 시드니왕관은 프리먼의 차지가 될 것이 확실시 됐다.
하지만 페렉이 지난 7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200m 재기전에서2위(22초71)를 차지한데 이어 같은 달 스위스 니스에서 열린 400m경기에서 50초32로 3위를 차지하며 올림픽 3연패 도전이 가능하게 됐다.
페렉이 애틀랜타 올림픽이후 4년만에 처음 뛴 400m 복귀전 기록은 프리먼의 올 시즌 최고기록(49초56)에 불과 0.76초밖에 나지 않는 호기록으로 시드니 올림픽 메달색깔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프리먼은 "내가 페렉을 경쟁상대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누구나 거짓말로 여길 것"이라며 "경쟁은 뜨거울수록 좋은 것이다. 라이벌은 언제나 스포츠를 흥미롭게 한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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