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부평에서 장외집회를 열고 있는 4일 오후, 민주당은 국회에서 원내 대책회의를 열어 국회 정상화방안을 논의했다. 최고위원과 원내총무단 등 의원 수십명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느닷없이 ‘전원위원회 소집’이라는 아이디어가 튀어나왔다.전원위원회는 상임위를 통과한 안건중 정부조직, 조세 관련 법안 등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안건에 대해 본회의 의결전 다시 한번 심의 하는 제도. 16대 국회에 처음 도입됐다. 상임위도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원위원회를 소집하자는 것은 엉뚱하게 느껴졌다.
박병석(朴炳錫) 대변인은 “야당이 장외투쟁을 하는 상황에서 단독국회 운영의 오해를 피하고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상임위만 열어도 단독국회 소리를 듣는데 전원위원회를 여는게 무엇이 다른가”라는 지적에 국회법 관련 전문가에게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결론은 “현재 전원위원회에 회부할 안건이 없다”는 것.
단독국회 여부는 차치하고 아예 전원위원회를 열 안건이 없다는 것이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토론에서 얻어진 해법이 ‘공염불’로 귀결된 데 대해 민주당은 “정국타개를 골몰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라고 해명했다.
이 대목에서 걸리는 것은 여당의 상황인식이다. 전원위원회를 열어 일하는 모습을 보이면 상황 개선에 무슨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을까. 지금 정국이 이같은 얄팍한 아이디어로 풀릴만큼 한가롭다고 판단했다면 참으로 큰 일이다. 최고위원까지 참석한 회의에서 얻은 결론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노원명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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