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 급등은 수급 불균형에다 심리적 요인까지 겹친 결과다.무엇보다 1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막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가 대폭 증산에 합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심리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4일 런던시장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95센트가 상승한 32.80달러를 기록,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석가들은 일단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치부하면서도 시세차익을 노린 국제투기자본이 시장불안에 편승, 대거 개입했을 것으로 해석했다.
하반기 국제유가의 최대 변수는 역시 칼자루를 쥐고 있는 OPEC다. OPEC는 이번 회의에서 유가안정을 위해 회원국의 생산 쿼터량을 재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항상 깨지는 카르텔’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왔던 OPEC는 이번에도 심각한 내분을 겪고 있다.
논의의 핵심인 증산량을 두고 회원국간 의견차가 상당히 크다. 베네수엘라 이란 리비아 등은 하루 50만배럴 이상 증산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인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온건파는 70만~100만배럴 증산을 검토중이다.
이란 등은 증산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유가를 통해 더 많은 수입을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을 중심으로 OPEC를 시 정치세력화하려는 움직임마저 대두되고 있다.
때문에 OPEC가 번 회의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하거나 소규모 증산에 그칠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대두되고 있다. OPEC가 50만배럴 정도의 증산에 합의하더라도 수급불균형 해소에 턱없이 부족한 만큼 국제유가는 상당기간 고공행진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뉴욕 ABN 암로사의 국제에너지 거래담당 부사장인 나우만 바라카트는 “OPEC가 소폭 증산에 그칠 경우 유가는 배럴당 34~35달러를 넘어 4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는 석유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OPEC가 원유증산에 합의한다 하더라도 북반구의 올겨울 공급부족을 예방하기에는 늦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정유회사들이 비축량을 늘리지 않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데다 이미 공급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이다.
또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4일 고유가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국가는 아무래도 수입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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