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가족제도가 위협받고 있다. 가족 안에는 온갖 모순이 꼬이고 꼬여, 새천년 난데없는 귀신 소동까지 벌어진다.극단 세실의 '오, 맙소사!' 와 극단 인혁의 '흉가에 볕 들어라' 에는 가족 해체의 풍경이 가득하다.
갑자기 호수가 말라 버렸다. '오, 맙소사!'는 보트를 빌려 주고 생계를 꾸려나가다, 꽉 막혀버린 가족들의 갖가지 대응 양태를 그린다.
이제 종말이라며 주사위로 종말의 날을 계산하는 아버지, 울기만 하는 어머니, 물에 빠져 죽은 여인의 기억에 자폐증 환자가 된 아들, 성에 탐닉해 절망을 잊어가는 작은 아들.
여기에 잡다한 인간 군상이 가세한다.
잘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부푼꿈을 안고 퇴폐이발소를 개업한 남자와 여면도사, 재판에서 이기든 지든 돈만 받아 챙기면 되는 손해보상전문 변호사 등. 정재진(아버지), 한명구(아들), 이정미(엄마) 등 무르익은 연기의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경합이 볼 만하다.
이강백 작, 채윤일 연출. 13일까지 월~토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일ㆍ추석 연휴 오후 3시 6시. (02)780_6343
'흉가에 볕들어라'에는 삼승할망, 변소각시, 조왕부인, 용단지, 노적, 바래기, 성주 등 전통적 가신에서 벼라별 가짜 귀신까지 다 나온다.
하이테크 시대를 비웃듯 갈수록 기승 부리는 귀신들의 장난을 익살맞게 보여준다.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미친 사내 신갑문의 하룻밤 악몽이다.
그가 30년전 몸담았던 남부잣집에 가 자살을 기도하던 밤. 돌연 귀신이 된 남부자가 나타나 한 가지를 부탁한다.
귀신이 됐다는 사실을 몰라 저렇게 설쳐 대는 불량 귀신들을 쫓아달라는 말이다.
마님은 대를 잇지 못한 한을 그대로 품고 삼승할망이, 마당 쓸던 운봉 아법은 노적(마당귀신)이, 부엌데기 화출이는 조왕부인이 돼 있었다.
예전처럼 서로를 속이고 괴롭히는 작태는 여전하다. 옛 사설을 방불케 하는 상징과 해학, 경상도 사투리 등 덕택에 무대에는 활력과 해학이 넘친다.
이해제 작, 이기도 연출. 13일까지 바탕골소극장.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일 오후 3시 6시. (02)764-876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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