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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쿠바, 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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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쿠바, 해볼만 하다"

입력
2000.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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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전 해태가 한국시리즈에서 일곱번째 우승했을 때 김응용감독(60)에게 야구감독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무엇하고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에 대뜸 "아마 사기꾼이 됐을 것이다"고 대답해 기자들을 황당하게 만든 적이 있다.김감독의 말은 '상대를 잘 속여야 이길수 있는 게 야구'라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빗대며 자신을 선량한 사기꾼에 비유한 것이었다.

4일 오전 서울 타워호텔에서 27회 시드니올림픽 야구대표선수단 소집에 맞춰 모습을 드러낸 김감독은 이제는 귀밑 머리가 하얗고 얼굴에 주름도 많아 보였다. 산전수전 다겪은 야구명장도 유수같이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어쩔수 없는가 보다.

그가 이날 선수들에게 던진 첫 마디는 "최근 프로야구가 침체에 빠져있다. 시드니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한번 프로야구 중흥의 기회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환갑을 넘어선 나이. 한국시리즈에서 9번이나 우승을 차지, 스타선수 이상 가는 프로야구의 인기 스타인 김감독이 이번에는 또다른 도전에 나선다. 올림픽 메달획득이 시드니올림픽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그에게 내려진 지상과제다.

80년 국가대표팀 감독을 끝으로 프로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지 꼭 20년만에 다시 대표팀을 맡은 그를 흔히 '단기전의 마술사'로 부른다. 한국시리즈에 9번 도전, 단 한번도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도의 집중력, 상대의 허를 찌르는 작전과 선수기용 등, 국내에선 감독으로서 아직 그를 당할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대가 다르다. 미국 일본 쿠바 주최국 호주 등 쟁쟁한 팀들과 메달을 놓고 겨뤄야 한다. "프로가 출범한지 19년이나 지났다.

우리 프로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나도 궁금하다."며 잠시 뜸을 들인 그는 "아마시절 상대했던 쿠바는 우리 상대가 아니었다. 적어도 10점 이상차가 났다. 9월초에 일본에서 쿠바의 경기를 지켜봤는데 이제는 한 번 해볼만 한 것같다."며 자신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주위에서 너무 메달 메달 하니까 부담이 크다. 한국시리즈할 때보다 스트레스가 더 커 잠을 못이루고 있다"고 특유의 너스레를 떤 김감독은 "야구라는게 전날 10-0으로 이겼다고 하더라도 다음날 0-10으로 질수 있다" 며 야구관을 피력했다.

실력차가 크지 않으면 당일 선수들의 정신력에 의해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미 한국시리즈에서 선수들 중 한명을 희생양으로 삼는 '대증요법'으로 분위기를 다잡아 여러 차례 재미를 톡톡히 봤을 만큼 정신력의 중요성을 새삼 잘 알고 있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아마최강 쿠바와 프로선수 주축의 일본, 마이너리그로 구성된 미국과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갖고 있는 호주가 우승을 다툴 것으로 내다봤다.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인 그에게 이번 올림픽은 자신의 표현대로 기회이자 위기다. 그동안 프로에서 쌓았던 명성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수도 있고 역시 김응용이라는 찬사를 들을 수도 있다.

위험한 도박에 과감하게 몸을 던진 김응용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승부수로 메달획득의 염원을 이룰수 있을 지 야구팬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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