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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미술의 진수

입력
2000.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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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대표적 여성미술가 루이즈 부르주아의 전시회가 7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부르주아는 올해 아흔살의 부르주아는 미국의 미술지 '아트뉴스'가 20세기를 보내면서 뽑은 '생존하는 세계10대 작가' 에 선정되기도 한 세계적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이다.

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는 황금 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대규모 부르주아 회고전에서는 1940년대부터 최근까지 제작한 회화, 드로잉, 판화, 조각, 설치 등 작품 62점을 선보인다.

IMF경제난 이후 해외기획전을 열지 못했던 이 미술관이 처음 마련한 해외전으로 올 기획전 예산의 반 이상을 쏟아부은 야심적 전시회이다.

페미니즘 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는 현대미술의 첨예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바디아트(Body Art)' 시대를 연 작가로 자리매김되기도 하다.

최근 페미니즘 작가로 각광받고 있는 신디 셔먼이나 키키 스미스 등이 모두 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의 유방과 남성의 남근이 공존, 대치하는 대표작 '아버지의 파괴'(1974년작)' 에서 보여주듯 그가 표현하는 성적 이미지는 남녀 관계의 성이 아니다.

그는 욕망과 쾌락, 사랑과 고통, 소외와 고립이라는 삶의 다양한 국면에서 여성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억압과 갈등적 상황을 성문제로 드러내고자 한다.

강승완씨(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는 "그의 페미니즘 미술의 근원은 바로 가족"이라면서 "호색꾼인 아버지, 부르주아의 가정교사이자 아버지의 정부였던 여자, 조용하고 인내심 강했던 어머니, 성적으로 문란했던 언니, 사디스틱한 성격의 남동생에 둘러싸여 어린시절을 보냈던 부르주아는 이에 대한 기억과 체험을 자신의 작품 속에 다양한 성적 상징들로 표현해 왔다" 고 설명했다.

작가는 "가족의 저녁식탁에 군림하고 앉아 만족스러운 듯 바라보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그렸다.

어머니와 형제들은 거기에 침묵하며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만족시키려 노력했지만 아버지는 신경질적으로 우리를 쳐다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사람이었던가를 설명하곤 했다.

우리는 화가 치밀어 그를 잡아 식탁 위에 던져버리고는 그를 해체하고 '먹어치우기' 시작했다"고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극단적 표현에서 가부장적 권력에 대한 그의 반란을 엿볼 수 있다.

전시작들은 프랑스에서 뉴욕으로 이주한 후 여성으로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제작했던 회화와 드로잉 '집=여자' 시리즈(46~47년), 남녀 성기가 적나라하게 결합된 조각 '개화하는 야누스'(1968년), 눈 귀 팔다리 등 신체 일부 이미지로 제작한 조각 '나선형의 여인' '다리'(1986년) , 보호와 동시에 억압의 상징으로서의 '밀실' 시리즈 등이다. 부르주아가 과거의 상처를 작품 속에서 어떻게 반복적으로 환기시키면서 투쟁해 왔는지 연대별로 음미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같은 층 맞은 편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격년제로 펼쳐온 '젊은 모색전'이 열린다. 국내외 거주하는 40세 미만의 한국인 청년작가들의 작품으로 기획되는 전시회로 , 이번에는 권혁 김나영 김상길 김주현 김홍석 등이 참여했다. (02)2188_6041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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