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이 정치인과 관료를 “팔자 좋은 직업인”이라고 부러워하는 이유가 여러가지 있는데, 그중에 ‘재기(再起)의 확률’도 빼놓을 수 없다.가령 정치판에서 다 죽었다고 여겨진 인물이 어느 날 실력자로 발딱 서는 예가 수두룩하다. 당장 지금 대통령이나 DJP연합정권의 JP가 그런 범주다. 관료사회 역시 오래전에 옷벗고 나간 사람이 정권을 타고 장(長)으로 화려하게 컴백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 그러나 기업의 세계에서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한번 거덜난 기업인의 정상 복귀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보다 어렵다는 것을 경험칙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재계사에서 파산한 재벌기업인 중 이렇다 하게 다시 부흥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기업인의 자산인 ‘자본’과 ‘금융신용’은 일단 깨지면 다시 붙이기 힘든 회귀불능의 속성을 갖고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 70년대 재계의 기린아였던 율산의 신선호씨가 재기의 문턱을 넘어선 모양이다. 그동안 파산 기업인들의 재기 소식들이 종종 나왔지만 대부분 허세에 그쳤는데 이번은 믿어도 될 것 같다.
신씨가 자본금 2,300억여원에 자산가치가 1조원에 달하는 대기업주로 일어선다고 하니 실로 드라마틱한 또하나의 신화 창조가 아닐 수 없다. 20여년을 절치부심한 그의 무서운 집념이 놀라울 따름이다. 언젠가 옛 ‘율산’의 간판도 다시 들어설 것인지 관심거리다.
■ 때마침 김우중 전대우그룹 회장의 움직임과 관련해 이런 저런 풍설이 시중에 나돌고 있다. 독일에서 요양차 칩거생활을 하고 있다는 김 전회장을 얼마전 북한에서 봤다고 주장하는 목격자도 나오고 있다.
유럽 현지 교민사회에서는 김 전회장이 다음 정권을 기다리며 강태공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신회장과 함께 70년대 청년재벌의 쌍벽을 이뤘던 사람이 다름아닌 김 전회장이다. 신회장이 다시 일어서는 마당에 자신인들 못할리 없다고 믿고 있을까.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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