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사가 젊은층을 겨냥해 이달 중순부터 일제히 새로운 스타일의 트렌디 드라마를 시작한다.자극적인 사랑이야기와 복잡한 겹 삼각관계 구도, 그리고 N세대 스타 출연 등이 새로운 트렌디 드라마의 내용들이다.
1992년 MBC '질투' 를 계기로 봇물을 이뤘던 트렌디 드라마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그동안 경쾌한 러브스토리, 명쾌하고 매력적인 스토리라인, 첨단직업과 화려한 배경, 빠른 템포, 단순한 구성, 표현과 감성의 중시,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등이 트렌디 드라마를 구성하는 주요한 요소였다.
MBC가 13일부터 방송할 수목 미니시리즈 '비밀'과 SBS가 14일부터 선보일 수목 드라마 '줄리엣의 남자', KBS가 18일부터 내 보낼 월화 미니시리즈 '가을동화'는 기존 드라마 형식과 주제에서 큰 차별성을 갖는다.
'비밀'과 '가을동화'는 출생 비밀을 모티브로 잡았다. '비밀'은 이복자매 앞에 아버지를 버리고 떠난 거부의 생모가 나타난 뒤 언니가 친딸임에도 동생이 친딸로 오인되면서 전개되는 자매의 엇갈린 운명과 사랑이 드라마 주조를 이룬다.
'가을동화'는 신생아실에서 이름표가 바뀌어 오누이로 살다가 훗날 사실이 밝혀져 헤어졌다 다시 연인으로 만나지만 이루지 못하는 비극적인 사랑이다.
'줄리엣의 남자'도 매우 운명적인 요소가 삽입돼 있다. 남자 주인공의 할아버지를 짝사랑한 사채업자 할머니의 손녀가 주인공을 사랑하는 구조다.
평론가 마정미(협성대 신방과 교수)씨는 이같은 운명적이고 자극적인 사랑을 주제로 전면에 내세운 것에 대해 "가볍고 일회용 사랑이 난무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운명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을 그리워한다. 이번 방송 3사의 트렌디 드라마는 현대인의 심리를 최대한 이용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세 트렌디 드라마는 매우 복잡한 겹 삼각관계 구도를 바탕에 깔고 있다. '비밀'은 언니를 사랑하는 두 남자를 동생이 사랑하고, '가을동화'는 오누이로 컸다가 연인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 두사람을 사랑하는 남녀가 등장한다.
'줄리엣의 남자' 역시 두 남자와 두 여자의 서로 얽히고 설킨 사랑을 그린다.
겹 삼각관계 구도의 채용은 극적인 갈등을 증폭시키는데 용이하고 수시로 변하는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언제든지 드라마의 내용과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제작진의 계산이 깔려 있다.
이 트렌디 드라마들에는 선풍적 각광을 받고 있는 N세대스타까지 총출동했다. '비밀' 에는 김민종 류시원 김하늘 하지원이 출연하고 '가을동화'에는 송혜교 한나나 송승헌 원빈이 등장한다.
'줄리엣의 남자'는 차태현 김민희 예지원 지진희가 연기호흡을 맞춘다.
올 가을의 변신은 그동안 무늬만 다를뿐 내용과 형식이 비슷한 트렌디 드라마에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느껴 시대물과 사극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상황에서 나온 자구책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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