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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수 송환 이모저모 / 北, 벤츠車보내 최상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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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수 송환 이모저모 / 北, 벤츠車보내 최상예우

입력
2000.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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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 장기수 63명의 송환은 2일 오전 10시 5분부터 15분동안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 회의실에서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북한은 2일 통일각과 평양시 등에서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한 데 이어 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재추대 2주년에 맞춰 대규모 환영 군중집회를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 환영행사

○…2일 조선중앙TV는 판문점을 통해 송환, 개성과 사리원을 거쳐 평양에 도착한 비전향 장기수들의 동정을 상세히 실황 중계했다.

평양 거리에는 환영 인파가 쏟아져 나왔으며 자동차 대열이 김일성 광장에 들어서자 4,000여명의 예술인들이 화려한 무용복을 입고 나와 ‘환영합니다’의 노래에 맞춰 부채춤 등을 펼쳐 보였다.

조명록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홍성남 내각 총리 등이 63명과 일일이 포옹하며 송환을 축하했으며 리인모 노인의 가족도 나와 맞았다.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은 이들이 거주할 현대적 살림집 단장을 끝냈으며 보건성도 건강검진과 치료를 위한 준비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북측 인계

○…장기수들은 이날 오전 강동근씨부터 중감위 회의실로 입장하기 시작, 차례로 북한 적십자측 의료진 2명으로부터 간단한 건강기록 체크를 받은 뒤 북측 출구로 나섰다. 이들은 한결같이 감회어린 표정이었으며 남측 연락관들에게 간간이 “그동안 고마웠다”는 인사를 했다.

조창손씨는 고열로 인해 며칠 전부터 국립의료원에 입원하고 있다가 이날 링거를 꽂고 휠체어에 탄 채 환자복 차림으로 북측 지역에 들어섰다. 북측 판문각에서는 기다리고 있던 50여명의 화동(花童)이 중감위 사무실을 나서는 이들에게 꽃을 걸어주며 포옹했다.

그러나 북측의 환영행사는 판문각에서 200m 정도 떨어진 통일각에서 주로 이뤄져 북측이 남측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통일각 환영행사

○…통일각 건물 벽에는‘백절불굴 통일애국 투사들에게 영광 있으라’는 플래카드가 나붙었고, 김일성 주석 친필비 앞에서는 20인조 남성 브라스밴드가 ‘용진가’를 연주, 환영 분위기를 돋우었다. 조선중앙TV는 중계차를 세워놓고 이들의 도착 장면을 평양에 송출했다. 장기수들은 통일각에서 붉은 색 벤츠 승용차 34대에 분승해 이동했다.

송환 장기수 표정

○…43년 10개월 수감, 세계 최장기수 기록을 가진 김선명씨는 “영구히 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다시 내려올 수 있을 것”이라며“자유왕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향인 경기 양평의 풍광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가져간다는 김씨는 “공화국(북)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 있으니 그곳에서 여생을 보내겠다”며“가서도 통일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인민군 포로 출신 함세환씨는 “아직도 가려다 못가는 분도 있고 부인들도 가지 못해 ‘신 이산가족’이 나오게 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던 김국홍씨는 “너무 기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중풍과 간염, 식도염 등으로) 몸이 너무 아프지만 고향에 있는 두 딸을 빨리 보고 싶다”고 말했다.

교통사고와 골다공증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북으로 돌아가는 김석형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대중 대통령이 잘해서 가는 것인 만큼 우리 민족이 힘을 합해 통일될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노모를 남측에 남기고 가는 신인영씨는 “북측에 가면 초청장과 신변안전보장 각서를 어머님께 보내 초청할 계획”이라며 “감옥에 있을 때나 나와 있을 때 도와준 남녘 동포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장기수들은 대체로 보도진의 인터뷰에 꺼리낌없이 응했으나 일본인 납치 사건 관련자인 신광수씨는 언론의 접촉을 피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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