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진흥고가 창단 28년만에 첫 초록봉황을 품에 안았다.진흥고는 2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제3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순천 효천고와의 경기에서 2학년생 에이스 김진우의 완벽투에 힘입어 4-0 완봉으로 꺾고 새 천년 첫 봉황대기 패권을 안는 쾌거를 이루었다.
1973년 창단이후 그동안 봉황대기 등 5차례 전국대회 결승에 올라 모두 좌절했던 진흥고는 창단 28년만에 고교대회 왕중왕전인 봉황패권을 안는 기쁨을 맛봤다. 진흥고는 77, 86년 봉황대기 결승에 올랐으나 충암고와 부산고에 각각 분패했었다. 또 김진우는 96년 군산상고의 정대현이 26회 봉황대기 결승에서 인천고를 상대로 6-0 완봉승을 기록한 이후 4년만에 결승에서 2안타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창단 6년만에 봉황대기 결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던 순천 효천고는 아깝게도 진흥고에 완봉패했으나 신흥 명문의 확고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상은 이날 완봉승을 거둔 진흥고 투수 김진우에게 돌아갔다. 김진우는 봉황대기 6경기서 42와 3분의 1이닝동안 26안타를 내주고 5실점(4자책), 방어율 0.86으로 대회 4승을 거둬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81년 진흥고에 부임한 강의원 감독은 86년 부산고와의 결승에서 1-2로 분패한 뒤 14년만에 2학년생을 주축으로 봉황패권의 꿈을 이루었다.
김진우의 호투가 빛났다. 김진우는 이날 9이닝동안 삼진 11개를 잡아내며 2안타 1 볼넷 무실점으로 완봉, 결승 징크스에 시달리던 진흥고의 28년 한을 풀었다. 1회말 유격수 에러와 몸에 맞는 볼로 만든 1사 1, 3루의 기회에서 효천 에이스 김태환의 폭투로 1점을 쉽게 얻은 진흥고는 6회 1사에서 5번 김재천의 좌월 2루타와 몸에 맞는 볼로 만든 1사 1, 2루의 기회에서 7번 박평수의 우익선상을 타고가는 적시타와 패스트 볼로 2점을 얻으며 기선을 잡았다. 진흥고는 7회에도 선두타자인 2번 엄대기가 우월 2루타로 만든 무사 2루의 기회에서 4번 이상오가 중전 적시타로 한점을 더 보태 승부는 사실상 진흥으로 기울었다.
막강 화력을 갖고도 초고교급 투수 김진우의 호투에 눌려 8회초까지 1안타 빈공에 시달리던 효천은 9회초 선두타자 황덕찬이 3루수 에러로 진루하고 2번 이승종의 우전안타로 무사 1, 2루의 기회를 얻었으나 3타자가 내리 범타로 물러나 결국 완봉패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강의원감독 인터뷰
동대문에서 우승기를 안다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 1971년 여름 1회 대회때 전남고 3루수로 나선 뒤부터 선수와 감독을 거치면서 줄기차게 정상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던 강의원(46)감독. 9회말 우승이 확정되자 덕아웃으로 피하며 몰래 눈물을 훔쳤다.
지역대회인 무등기에서만 2차례 우승했을 뿐 77, 86년 봉황대기 준우승 등 각종 대회에서 2위만 7번을 차지했다. 조선대 체육학과에 다니던 20살 때부터 지도자로 나섰고 진흥고 감독은 81년부터 맡아왔다. 야구명문 광주일고, 광주상고를 뛰어넘고 싶어 조규진(78) 이사장이 중심에 서서 2년 전부터 과감한 '우승 프로젝트'를 세워 어린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키워낸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애당초 내년부터 우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지만 2회전에서 우승 0순위 경기고를 덜컥 꺾었을 때 목표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86년 부산고에게 무릎을 꿇었던 기억이 되살아나 경기 전 몹시 떨렸지만 선수들에게는 "내 말만 믿고 따르면 반드시 우승한다"고 다그쳤다. 순천 효천고 타자들이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해 1_0으로 앞선 5회부터 우승을 예감했다고 한다.
4강 후보들의 경기장면을 비디오로 녹화해 선수들에게 보여주는 등 철저하게 상대팀들을 분석하는 것도 잊지않았다. 강감독은 "2학년들이 주축이라 내년에는 전국대회 2관왕까지 노려보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고교 야구계에서는 이대진, 임창용, 김정수, 고 김상진 등을 길러내 명투수 조련사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체격조건과 지구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눈여겨 보고 투수감을 골라낸 뒤 집중적으로 가르친 것이 비결"이라고 밝혔다. 부인 유임수(41)씨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고 아들 강하승(11)은 광주 서림초등학교 야구부에서 투수로 뛰고 있다.
/정원수기자
■우승원동력
14년만의 숙원을 풀고 새천년 첫 봉황패권을 차지한 광주 진흥고는 투타에서 ¢파워야구¢를 구사하며 봉황대기에서 이변과 파란을 연출했다.
진흥고가 이번 대회 돌풍을 예고한 것은 경기고와의 2회전. 올해 황금사자기 우승과 대통령배 준우승을 차지한 경기고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 고교 빅 3로 통하는 경기고 에이스 이동현에 에이스 김진우를 맞대결 시켜 결국 9회말 끝내기 에러로 3-2로 신승, 32강에 진출하는 최대 파란을 일으켰다. 당초 김진우 조용원 등 2학년생들이 주축이었던 진흥고는 이 경기를 계기로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로 떠올랐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우승의 쾌거를 이루었다.
진흥고의 핵은 2학년생 투수 김진우와 조용원. 강속구 투수 김진우와 기교파 조용원 더블 시스템으로 마운드를 운용한 진흥고는 15일간의 경기동안 연투에 따른 피로를 덜 수 있는 체제였다. 특히 김진우는 구속 145km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고 드롭 커브를 결정구로 사용, 대회 최다인 41개의 삼진을 잡는 초고교급 피칭으로 내년도에도 진흥고 돌풍을 예고했다.
방망이에서도 진흥고는 팀 타율은 높지 않으나 기회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특히 1학년생인 김재천은 덕수정보고와의 4강전에서 6회 쐐기 홈런포를 터뜨린데 이어 결승에서도 3타수 3안타를 때려내는 맹활약을 펼치는 등 1, 2, 3학년이 타력에서 제 역할을 다한 것이 승리의 요인이었다.
81년 진흥중, 고교 감독으로 부임, 20년동안 전국대회 우승을 꿈꾸며 와신상담해온 강의원 감독의 집념과 경험부족의 2학년생을 앞세우고 근성의 야구를 펼친 빛나는 용병술은 결정적인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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