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호·영수씨 부자“아들아, 나를 보내주겠니?” “아버지….”
비전향장기수의 북송을 하루 앞둔 1일 아버지 한종호(84)씨를 떠나 보내는 영수(33)씨는 하루종일 장소를 옮기며 이어지는 이별의 순간 내내 아버지의 모습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함께 지내온 세월은 삼십줄 자신의 나이만큼이었지만, 장기수 출신이란 아버지의 과거를 알게된 건 불과 2개월여 전이었다. 영수씨는 “지난 2개월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갔다”고 말했다.
장기수 송환문제가 거론됐던 6·15 남북정상회담 직후 친구의 부탁이라며 “출소한 지 30년된 사람도 북에 갈 수 있는지”를 알아봐 달라고 하던 아버지의 물음에 영수씨가 “가능하다”는 통일부측의 답변을 전하는 순간, 아버지는 그 친구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영수씨는 “행여 아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1964년 출소 후 33년간 철저히 숨겨온 비밀을 듣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함께 살며 모시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았지만 가족들 생각에 입 밖에 내지도 못하시던 아버님의 마지막 소원을 차마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한국전쟁 전 흥남비료공장장으로 재직하다 남파돼 15년 간의 죄수 생활, 출소후 좌판 행상 등으로 반전된 기구한 삶을 회상하듯 한숨을 내쉬던 한종호씨는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채 “고맙고 미안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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