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방부에서 벌어졌던 ‘단막소극’ 한편. 발단은 기자실에 배포된 보도자료였다.오점록(吳金+占祿)병무청장이 이날 국방대 관리대학원의 학술세미나 ‘정보기술 혁명시대의 미래 국방경영’에서 발표할 주제발표문 내용이었다.
공식직함을 빼고 굳이 ‘박사’라는 칭호를 단 오청장은 “2004년부터 병역자원이 부족하므로 첨단 무기와 기술로 무장된 소규모 부대구조로 하고 행정지원 요소의 과감한 민영화 등을 통해 병력을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획득·조달·군수지원시스템의 민영화 등 구체적 방안도 제시했다.
우리 군의 인력 충원을 책임지는 병무청장의 ‘병력감축 주장’은 눈길을 끌었다. 국방부는 곧바로 진의파악에 나섰다. 군의 이곳저곳에서 “국방장관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군조직문제를 민감한 시기에 꺼내고 나선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그러자 당사자인 오청장은 “나는 조직관리 박사학위를 갖고 있어 병무청장이 아닌 ‘학자’로서의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해명을 시작했다. 또 돌연 세미나에 불참키로 결정하고, 주제발표문도 ‘전문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도대체 직함 대신 박사라는 학위를 내세우면 공직자로서의 발언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인지, 또 널리 알려달라는 의미의 ‘보도’자료를 내고 파문이 예상되면 ‘없던 것’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인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이래 저래 요즘 고위공직자들의 ‘입’이 우리를 피곤하게 하고 있다.
황양준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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