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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뢰제거, 급할수록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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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뢰제거, 급할수록 돌아가자

입력
2000.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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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합의해 포를 쏘아 잡목을 날리고 지뢰를 폭파시키면 어떨까요?”“불도저로 지하 2m까지 통째로 파서 옆으로 치우면 안전하지 않을까요?”

경의선 철도 복원과 남북 4차선도로 건설 구간의 지뢰제거 작전계획을 놓고 군에서는 모두가 지뢰 전문가라도 된 듯 갖가지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다이너마이트를 넣은 PVC파괴통을 터뜨려 수목을 제거한 뒤 굴삭기 등 장비로 지뢰를 완전 제거하겠다는 국방부의 이른바 ‘6단계 지뢰제거방안’으로는 지뢰제거 완료가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작전을 맡게 될 해당 부대에서도 최근 국방부 방법으로 모의실험을 해보았다. 그 결과 넓이 1ㅡ이내의 수풀은 제거했지만 지름 10㎝가 넘는 나무를 없애는 데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부대원들은 “PVC통으로는 도저히 안되니 다른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아우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기존 방법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에서 요지부동이다. 이달 중순께로 예정된 기공식, 올해말까지로 된 완공기간 등 시간에 쫓겨 다른 방안을 마련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으로부터의 첨단장비 도입이 상당한 시일을 요할 것이라는 해명도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남북관계 속에서 수립된 작전이 군으로서는 ‘궁여지책’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대상 면적만도 50만㎡에 달하는 작전이 지난한 작업이라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어려울수록 다시 한번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역사적 사업은 빨리 해치우는 것보다 완벽하게 마치는 게 중요하다. 전쟁의 상흔을 없애는 작업에서 장병의 목숨이 희생된다면 그야말로 역사의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다.

경의선이 복원되기를 우리는 지금까지 50년 기다렸다. 몇달이 더걸린 들 어느 누가 재촉한다는 말인가?

황양준사회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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