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널티킥이 처음 채택된 것은 1891년 아일랜드 린필드클럽과 미국·캐나다의 혼성팀간 경기때다. 경기가 무승부일 때 적용하는 승부차기제가 월드컵에 도입된 것은 1982년 스페인대회부터.축구에서 페널티킥으로 승자를 가리는 승부차기제는 비판적으로 ‘제비뽑기’라고도 부르는데 제도의 잔인함(?)때문에 월드컵에서 폐지하자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69년 10월 멕시코월드컵(70년) 아시아지역 예선 호주와의 경기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왕년의 스타’ 임국찬씨가 팬들의 비난을 견디다 못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는 일화는 승부차기의 비정함을 말해 준다.
우리나라 축구의 초창기때는 연장전에서도 결판이 나지 않으면 반칙이 적은 팀이나 코너킥을 많이 한 팀이 이긴 것으로 했고, 70년대 서울시 대회에서는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골대를 맞힌 팀에게 승리를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 프로리그는 시대를 역행해 어느 나라에도 없는 승부차기제를 실시하고 있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보통 승부차기제는 토너먼트방식에서 적용된다.
말하자면 어쩔수 없이 승자를 가려야 하는 경우에 하는 것이지 리그제에 승부차기를 적용하는 경우는 그 어느 나라도 없다. 리그제는 리그소속팀간의 승, 무, 패에 따라 한 해의 종합순위를 가리는 제도이기때문이다.
국내리그에서 승부차기가 적용된 것은 2년전부터이다. 무승부경기를 없애고 관중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축구전문지 ‘월간베스트 11’ 최근호의 조사에 따르면 승부차기제 때문에 경기가 재미없다는 것이 팬들의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감독들도 10개팀중 9명이 반대했다. 중·하위권팀이 기술축구를 구사하는 강팀을 만나면 비기기 작전으로 나와 승부가 재미없어진다는 것이 승부차기제에 대한 반대이유이다.
올해 심판사고가 잇따르고 관중이 격감하는 것은 프로연맹의 탁상공론 행정의 소산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맹은 리그제의 의미나 정신을 외면하면서까지 도입한 승부차기제의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유승근 기자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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