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과 1일 새벽 초강풍과 집중호우를 동반한 태풍 ‘프라피룬’이 덮친 전국 곳곳은 폐허처럼 변해버렸다.지붕들이 통째로 날아가고, 아름드리 나무들이 뿌리채 뽑혀나간 것은 물론 대형트럭들조차 장난감처럼 간단하게 뒤집혀 구겨졌다. 집채만한 파도가 휩쓴 방파제와 선착장 부근 해상에도 뒤집힌 선박들이 종이장처럼 떠다녔다.
심야 귀가차량의 운전자들은 핸들통제가 안될만큼 차가 흔들리는 바람에 극도의 공포 속에서 거북이 운행을 했다.
태풍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런 강풍은 난생 처음이다. 사상 최악이라던 59년 사라호 태풍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사라진 풍년의 꿈
추수를 앞둔 농민들은 10호 태풍 ‘빌리스’ 내습 닷새만에 또다시 태풍에 연타당하자 “올 농사는 이제 끝장”이라며 망연해 했다.
특히 전남 해남과 강진, 영광, 무안 등 서남해안 지역 곡창지대 대부분에서 수확기에 들어선 벼 수천㏊가 피해를 입었다.
강풍이 휩쓸고 간 나주시 노안면 계림리 김진곤(61)씨의 배밭 3,000여평이 초토화되는 등 전남북 지역의 과수원들은 20~30%의 낙과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경남지역 20개 시·군의 논과 과수원에서도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이번 태풍으로 농작물 출하량이 크게 줄어들어 추석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날아가고 뒤집히고 끊기고
31일 전남 완도읍 석장이 부두에 정박중이던 95톤급 화물선 만진호가 해변에 좌초됐고, 제주와 남해안 일대 항포구에서 선박 수백척이 뒤집히고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서는 산더미같은 파도가 덮쳐 방파제에 끌어 올려놓은 배 30여척을 모조리 박살냈다.
31일 오후 11시40분께 경기 가평군 설악면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변압기가 누수로 고장을 일으키면서 정전돼 이 지역 2,300여가구 6,000여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또 곳곳 해안의 호안도로 수백㎙가 파도에 유실됐고, 전국에서 주차해놓은 차량 수십대가 뒤집혔으며, 지리산에서는 등산객 45명이 장터목산장, 벽소령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인명피해 속출
31일 오후 9시40분께 인천 덕적도 앞 500㎙ 해상에 피항중이던 저인망 어선 흑룡호(98톤)가 높은 파도에 뒤집혀 선장 오동수(46)씨 등 9명이 바다에 빠져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선원 1명이 실종됐다.
오씨 등 선원 8명은 육지로 헤엄쳐 나왔지만 일부 선원이 탈진하거나 이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어 덕적도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오후 9시55분께 인천 용유도 앞바다에서 통발어선 남해호(8톤)가 파도에 밀리면서 암초와 충돌, 좌초됐으나 선장 김영석(47)씨 등 선원 4명은 목숨을 건졌다.
오후 9시30분께 충남 태안군 안흥항내에서 인천선적 49톤 통발어선 홍해호(선장 김용석·29)가 급박하게 “배가 가라앉고 있다”고 구조신호를 보낸 뒤 침몰, 선원 전원이 실종됐다.
이 배는 선장을 포함, 정원이 8명으로 돼있으나 당시 몇명이 타고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오후 3시께 전북 고창군 신림면 가평리 노동마을 나승우(63)씨가 집 밖으로 나가려다 강풍에 밀린 철제대문에 머리를 부딪쳐 숨졌고, 오전 10시30분께는 전남 보성군 율어면 문양리 버스승강장에서 최애순(68·여)씨가 강풍에 떨어진 승강장 슬레이트지붕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낮 12시께는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항에서 대피중이던 여수선적 39톤급 금성호 선원 김종석(22·경남 사천시 대포동)씨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됐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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